14일 낮 12시 서울역 앞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한낮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졌지만 시민 12명이 줄을 서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에서 가르친다는 이모(여·26)씨는 “현재 일을 쉬는 중이지만, 학생들과 접촉할 일이 많아 미리 검사를 받아두려고 왔다”고 했다. 뒤에 있던 40대 남성은 “직장이 근처라 점심시간에 맞춰 들렀다. 아무 증상도 없지만 요즘 워낙 확진자가 늘어 ‘혹시나’ 해서 왔다”고 했다.
서울역 검사소는 최근 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확진자 폭증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수도권에 단계적으로 마련 중인 임시선별검사소 150여 곳 중 하나다. 이날까지 장소 등이 확정된 검사소는 126곳이다. 서울은 서울역·용산역·탑골공원 등 56곳, 경기는 일산역·용인시청 등 60곳, 인천은 부평역·운서역 등 10곳에 검사소가 설치된다. 이곳에선 내년 1월 3일까지 3주간 증상이나 확진자 접촉 여부와 관계없이 무료로, 익명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증상 관계없이 가급적 검사받아야”
서울역 검사소의 경우 방문자가 도착하면 손 소독 후 코로나 검사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휴대폰 번호와 성별, 연령대를 적고 기침·인후통 등 증상이 있으면 체크해야 한다. 설문지 맨 아래엔 비인두도말 PCR(유전자 증폭), 신속항원검사, 타액 PCR 등 세 가지 검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칸이 있다. 비인두도말 PCR 검사는 긴 면봉을 코나 목 안으로 깊숙이 넣어 채취한 분비물로 코로나 양성 여부를 알아내는 기존 검사법이다. 양성을 양성으로 찾는 ‘민감도’가 98%에 달하는 등 정확도가 높지만, 결과가 나오는 데 하루 가까이 걸린다. 타액 PCR 검사는 침으로 검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채취가 쉽다. 하지만 민감도는 92%로 다소 떨어진다.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90%로 타액 PCR 방식보다 좀 더 낮지만, 검사 결과를 15~30분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원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실제 검사를 받아보니 현장에선 “다른 검사법도 선택 가능하지만, 기존 검사법이 가장 정확하니 추천한다”고 했다.
기존 검사법을 택하면 면봉과 이를 보관할 작은 통을 받게 된다. 바로 옆 검사 장소로 이동하면 의료진이 면봉을 코 안쪽으로 깊숙이 찔러 넣어 검사용 분비물을 채취한다. 이를 의료진이 통에 넣어 밀봉하면 검사 과정이 끝난다. 20명 안팎이 줄 설 경우 대기 시간은 약 30분, 검사 과정엔 1~2분쯤 걸린다. 결과는 1~2일 후 문자로 통보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원할 경우 익명 검사가 가능하지만, 휴대폰 번호를 내기 때문에 양성일 경우 문자로 통보되고 이후 확진 환자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 교수는 “확진자보다 증상이 없는 감염자는 더 많을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시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나 자신과 가족, 동료를 위해 증상과 관계없이 진단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일부 운영 미흡…검사 역량도 우려
하지만 이날 일부 검사소는 다소 미흡하게 운영됐다. 용산역·양천구 보건소·창동역 검사소 등 이날 본지가 찾은 검사소에선 다른 검사 방식에 대한 안내 없이 기존 PCR 검사만 했다.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이따금 “간격을 유지해달라”고 안내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시민들은 대기소에 설치된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날 용산역 검사소를 찾은 한 60대 여성은 “검사소 안에 오래 있는 게 더 위험할 거 같다”며 검사를 받지 않고 가 버리기도 했다.
검사 역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선 무료·익명 검사가 가능해 검사자가 더 늘어날 전망인데, 검사 속도가 이를 따라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 기준 하루 최대 PCR 검사 가능 건수는 약 11만 건이다. 현재 주말 중 하루 평균 검사량은 4만여 건, 주중 하루 평균 검사량은 7만여 건이다. 단 여기엔 신규 의심 환자 검사뿐 아니라 기존 확진자에게 바이러스가 남았는지 확인하는 검사 등이 모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