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저출산 대책으로 2022년부터 0~1세(생후 24개월 미만) 아동들에게 영아 수당을 매월 30만원 지급하고, 아동 1명당 출산 장려금 2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이가 생후 12개월이 되기 전에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3개월씩 하면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600만원까지 주는 제도도 도입한다. 새로 도입된 대책에 앞으로 5년간 9조5000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현금을 지원하는 저출산 대책이 실패했는데도 정부가 또 현금 살포 정책만 늘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2년엔 대선(3월)과 전국 동시 지방선거(6월)가 실시되는 해다. 이 때문에 ‘선거 전략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5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은 5년마다 세우는 우리나라 인구정책 방향이다. 이번에 마련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우선 2022년에 태어나는 아동에게 생후 24개월이 될 때까지 영아 수당을 매달 30만원 지급한다. 2025년까지 매월 5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0~1세가 어린이집에 가면 어린이집 비용(부모 47만원, 어린이집 50만원)을 국가가 지원하고, 집에서 돌보면 15만~20만원씩 가정 양육 수당을 지급한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 돌보는 부모들이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0~1세는 가정 양육 수당 대신 영아 수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금액도 50만원까지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영아 수당은 기존에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던 아동 수당과는 별개로 지급된다. 따라서 0~1세 아동은 2022년에는 매월 40만원씩, 2025년에는 60만원씩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된다.
정부는 2022년부터 아동 1명당 출산 장려금 200만원도 일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임산부가 병원 진료비에 쓰는 바우처도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
육아휴직 지원금도 대폭 확대된다. 자녀가 생후 12개월까지 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면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한다.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최대 600만원까지 월급을 받게 된다. 현재는 육아휴직을 할 경우 통상 임금의 50%(최대 120만원)를 지급하고, 엄마에 이어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통상임금의 100%(최대 25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4차 계획의 특징은 영아 시기 지원을 대폭 늘려 부모가 아이를 낳자마자 맞닥뜨리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3차 대책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을 뿐 아니라, 현금 지원만 대폭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는 2006년부터 저출산 기본 계획에 따라 14년간 210조5858억원을 썼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은 0.92명으로, 2018년(0.98명)에 이어 2년 연속 1명 미만을 기록했다. 36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특히 단기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2018년 9월 도입한 아동 수당(월 10만원)이 대표적인데, 이 역시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는 보지 못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저출산 대책들이 실패했다면서 과거 대책을 전면 재구조화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현금 복지만 늘리는 데 그쳐 실망스럽다”면서 “취업⋅주거⋅결혼 등 출산을 가로막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지, 복지만 늘린다고 출산율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영아 수당 3조원 등 이번에 새로 도입한 정책에만 향후 5년간 9조50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 조달 계획은 향후 정한다는 방침이다.
출산 장려금의 경우 현재 지자체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출산 장려금과 통합할지, 예산 분담은 어떻게 할지 등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정부 장려금과 통합을 권고하겠지만, 강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219곳이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대 이철희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장려금을 지급한다면 지자체 장려금과 교통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