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예정에 없던 ‘해외 개발 백신 확보’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하루 전인 17일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백신 확보를 강조한 뒤 열린 첫 브리핑이었다. 정부는 이날 “지난 7월부터 선구매 협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에 처했던 부분이 ‘물건이 없다'는 것과 안전성·유효성 관련 자료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선구매 협상을 시도했지만 어려움이 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최소 30여 국가가 이르면 이달 안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백신 도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부의 ‘물량이 없다'는 말을 두고 한 의료 전문가는 “선진국들의 백신 입도선매가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은 올 6월, 미국·영국·브라질 등은 7월 초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미 선구매한 상황이었다.
복지부 측은 ‘물건이 없다'는 것은 “정식 허가가 난 ‘완제품’이 그 당시 없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통상 백신은 3상 임상 시험이 끝나고 1~2년 정도 항체 유지 기간을 관찰한 후에 구매 조달 계약을 하는데, 코로나 백신은 올 7월 당시엔 그런 완제품이 없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다른 나라는 다 구매했는데 ‘물건이 없어’ 어려웠다는 것은 이미 입도선매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면 뭐냐”며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당시 제때 구매를 못 했다고 사과하고 앞으로 제대로 하겠다고 하면 되는데 ‘K방역’이라며 자꾸 수습하려고 거짓말을 하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백신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 우리 정부는 연내 계약을 목표로 했던 모더나 백신 1000만명분이 내년 계획으로 밀렸다고 이날 밝혔다. 다국가 백신 공동 구매 플랫폼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백신 도입 시기도 내년 1월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도입 계획을 처음 발표한 지난 8일보다 내용 면에서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