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백신 배포를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팀의 책임자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이 연방 정부의 계산 실수로 14개 주(州)가 당초 계획보다 화이자 백신을 덜 받거나 늦게 받게 된 것에 대해 19일(현지 시각) 사과했다.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뉴저지 등에 당초 계획보다 40% 적은 양의 백신이 배송돼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자 이를 서둘러 진화한 것이다.
퍼나 대장은 이날 “내 잘못이다. 계획 실수였고 내 책임”이라며 “배포할 수 있는 백신 양에 맞추기 위해 (각 주의) 할당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각 주가 사전에 접종 일정을 정할 수 있도록 화이자 백신의 예상 공급량을 반영한 작업계획표를 나눠줬는데, 실제 화이자가 공급할 수 있는 백신의 양이 그보다 적었다는 뜻이다.
백신 물량 부족에 정부 책임자가 공개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미국의 백신 접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화이자 백신에 이어 미 정부가 긴급 사용을 승인한 모더나 백신의 접종이 21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에선 연말까지 20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년 1분기 접종 가능성도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20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미 선구매 계약을 마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외에 계약 추진 중인 미국 화이자·얀센·모더나의 백신은 내년 1분기 접종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방송에 나와 “화이자·얀센·모더나 등의 백신을 (내년) 1분기에 접종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없다. 해당 업체들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4400만명분의 코로나 해외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구매 계약이 완료된 것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1000만명뿐이다. 그나마 도입 시점조차 계약서에 명기하지 않았다. 화이자 등 제약사 3곳과는 언제 계약이 완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 총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이르면 2월, 늦어도 3월에는 접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다만 “백신 공급 계약은 분기 단위로 이뤄지고 현재 한국은 1분기부터 공급을 받도록 약속돼 있다”며 “정부로서는 2월부터 접종하고 싶지만, 1분기 중 언제 공급될지는 약속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안전성 검증이 길어지면 실제 백신 도입은 이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정 총리는 “(백신 구매 협상에 나선) 지난 7월에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세계 30곳 넘는 나라가 접종 시작한 화이자, 모더나 백신 도입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