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구매와 계약의 최종 결정권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행 감염병 예방법상 백신의 구매 결정과 그 계약 절차에 대한 조치는 질병관리청장이 한다”며 “따라서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구매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다만 개발 기간이 단축돼 있는 백신을 조기에 도입해야 하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원에 대한 광범위한 접종이 개시돼야 한다는 점 때문에 백신의 구매, 확보, 개발 등에 대해서 범부처적인 지원체계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범정부차원에선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 초기부터 방역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를 자임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이 대두되자 질병관리청의 권한을 부각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전날 코로나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충분한 확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 4월 9일부터 12월 8일까지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및 물량 확보를 위한 문 대통령의 13건의 지시를 공개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에선 해외 백신 확보가 왜 늦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를 지시했지만,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청과 정은경 청장이 이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셈이 된다.
감염병 예방법에선 백신 결정에 대한 결정권은 질병관리청장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방역을 포함해 중대 재해·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고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은 올 1월 코로나 초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무총리실 등에 “컨트롤타워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다 파악해서 국내외 상황까지 총체적으로 지휘를 적기에 제대로 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초기부터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했었다.
정부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2월 코로나 대응을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컨트롤타워가 질병관리청이라 하더라도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건 지난 9월이었다. 그 이전부터 정부가 사실상 해외 백신 물량 확보에 나섰어야 하던 시기였다.
야당은 청와대·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말로만 확보하라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본인 책임하에 구해야 한다”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에게 불안과 실망을 줬으면 정부 수장이 사과하고, 앞으로의 대응 경로를 제시해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