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보다 먼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유럽에 대해 “(방역에 성공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고 백신 접종의 긴급성도 다르다”며 “지금은 방역을 더 우선해야 한다. 정부가 백신 확보에 소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정부 백신 TF를 가동한 지난 7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백신 전략에 허점이 있었다는 걸 실토했지만,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여전히 정부의 백신 전략에 문제가 없다고 감싼 것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백신 확보 실패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백신이 먼저다’라는 표어를 노트북에 붙이고 참석한 국민의힘은 특히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한국 지사장 등 관련 전문가들의 증인 채택이 거부된 것부터 문제 삼았다. 정부가 코로나 백신의 국내 도입 물량과 그 시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만큼 관련 질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권 후보자는 이에 대해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2~3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다”며 “K방역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예방 효과는 60% 정도이고 이마저 겨울이 끝나갈 때쯤 나온다”며 “백신은 지금이 아니라 다음 유행에 대비하고, 국민 전체의 면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을 서둘러도 지금 당장의 코로나 확산세를 잠재울 수 없는 만큼 내년 11월 코로나 재유행 전에 순차적으로 접종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권 후보자는 백신 도입 시기 등 계약 세부 사항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면서도 “비밀 준수 의무가 있어 세계 어느 나라도 특정 제약사와의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량이 확보되고 접종 시기가 확정되면 국민들께 설명하고 필수 접종 대상자부터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책임 소재 추궁을 우려한 공무원들이 백신 확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선 “공무원은 감사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백신 선구매 등의 이슈는 면책 근거가 법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 ‘혹세무민’ 등의 단어를 꺼내며 야당과 언론의 문제 제기가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백신 만능론은 지양해야 한다”며 “국민 70% 이상이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에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