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23일 코로나 백신과 관련된 본지 보도 두 건의 제목을 비교하며 “백신 문제를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으려는 시도가 분명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MBC가 비교한 두 건의 기사는 본지가 지난 9일 보도한 <한국 빨라야 내년 2~3월 접종… 구매 계약은 1000만명분이 전부> 기사와, 18일 보도한 <”일본 이르면 내년 3월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기사다.

뉴스데스크 진행자는 “같은 3월인데 일본은 ‘이르면’이라는 희망 담긴 부사를 사용했고 한국은 ‘빨라야’라는 비난 섞인 부사를 제목으로 달았다”며 문제를 부풀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일부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두 기사가 보도된 시점과 맥락, 한국과 일본이 확보한 백신 종류, 기사의 내용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9일 보도된 본지 1면과 3면.

지난 9일 본지 3면에 게재된 <한국 빨라야 내년 2~3월 접종…>기사의 경우, 이날 1면 기사였던 <영국 첫 백신 접종, 인류 반격이 시작됐다>에서 이어지는 기사였다. 즉 지구상에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지 전달하는 게 골자였다. 정부가 밝힌대로 빨라야 내년 2~3월에 접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와 달리, 18일에 보도된 <“일본 이르면 내년 3월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은 이러한 맥락 속에 있는 기사가 아니었다. 도쿄 특파원이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을 인용해 일본의 백신 도입 현황을 전달한 것이다. 기사의 제목에 인용 부호가 달려 있으며, 기사 내용도 일본 언론이 보도한 사실 관계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7~18일 보도된 일본 백신 접종 관련 보도.

기사의 형식적 측면 뿐 아니라 백신의 종류 등도 고려하면 ‘정치 공격'과는 거리가 멀다. 이 기사에서 일본이 접종하겠다는 백신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다. 화이자 백신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고, 현재로서 가장 안전성이 확인된 백신 중 하나다.

반면, 우리나라가 ‘빨라야 2~3월에 접종'을 시작할 수 있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라는 백신으로 현재까지 해외에서 사용 승인이 나거나 실제 접종이 된 적이 없는 백신이다. 특히 이 기사가 나온 시점에는 영국 등이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백신이 언제 들어올 지조차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영국 등은 화이자 백신을 맞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화이자 백신이 언제 들어올 지 모르고, 안전성 검증이 덜 끝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들어오더라도 빨라야 2~3월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짚었던 것이다.

한편 화이자 백신의 경우 우리 정부는 24일에야 화이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도입 시기는 내년 3분기(7~9월)로 일본에 비해 늦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