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람선보다 더한 일들이 요양병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 주세요.”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5일부터 코호트(외부 출입 차단) 격리돼 있다. 간호사, 의사, 병원 직원 등 50여 명이 2주째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요양병원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자신들도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은 27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절박한 호소 글을 올렸다. “일본 유람선이 일본 정부의 오판으로 코호트 격리돼 712명이 확진되고 13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에서 이를 비난했는데 이보다 더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340명 입원 환자 가운데 절반 넘는 175명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 가운데 46명은 여태 병상조차 배정받지 못해 그대로 격리 중이다. 요양병원엔 기저 질환을 앓은 중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병상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최 과장은 29일 “병원이 격리 조치되자 100여 명 정도이던 간병사들이 감염이 두려워 모두 병원을 떠났다. 기저귀 갈기, 식사 등 모든 환자 돌봄을 간호사와 의사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만 9명에 달하는 등 “의료진의 피로가 극에 달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간 정부와 지자체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다.
음성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도 80명 정도 된다. 최 과장은 “국민 청원 글을 올리니 어제 보건소가 병원 내 확진자를 10명 정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줬다”며 “의료 인력 지원도 약속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사실상 갇혀 있는 46명 확진자들이 다른 음성 환자들까지 감염시키면서 “추가 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최 과장은 “정부는 ‘너희는 그래도 병원이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급한 환자는 빼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며 “감염병을 치료할 역량이 없고, 다른 일반 병원보다 의료 시설도 많이 부족한 요양병원에 정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