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화이자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보인 경우가 지금까지 21건 나왔다. 접종자 100만명 중 11.1명꼴로, 독감 백신 100만명당 1.35건의 약 10배 수준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 190만명 중 급성 과민증인 아나필락시스를 겪은 사람이 21명으로 집계됐다고 6일(현지 시각) 밝혔다. 아나필락시스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으면 진정된다. C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23일 화이자 백신 1회 접종자는 189만3360명이고 이 중 4393명(0.2%)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부분 경증이었지만, 175명이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고, 그 가운데 과민증을 겪은 사람은 21명이었다. 21명 가운데 17명은 특정 음식이나 약품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고, 17명 중 7명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겪었던 전력이 있었다. 21명 중 19명(90%)은 여성이었다. 대체로 백신 접종 후 30분 이내에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는데, 15분 내 15명(71%), 30분 내 18명(86%)이었다. 대부분 치료를 받고 회복했고 숨진 사람은 없었다.

6일 오전 기준 코로나 백신은 미국 내에서 530만6797회분이 접종됐고,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해 다른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람이 최고 29명에 달했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과민증 반응이 일부 나왔지만, 코로나 백신은 매우 안전하다”며 “특히 고령자에게 코로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고려하면 백신을 맞을 기회가 생길 때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됐지만, 미국처럼 우리 국민 일부도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과민증 반응 등이 나올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화이자 접종 후 과민증 발생) 비율이 높지만, 절댓값 자체가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매우 드물게 발생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는 중한 부작용이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백신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30분 정도 머무르고 귀가해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접종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준비와 대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