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사망자가 속출하자 전국 11개 요양병원을 코로나 환자를 전담토록 하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했다. 이중 5개 병원이 운영을 시작했지만 일부 병원에선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요양병원 중 한 곳에서 일하는 의사 A씨는 최근 본지에 익명을 전제로 전담요양병원 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이 의료진은 “저는 코로나 코호트로 지정돼 한달 동안 가족들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진료중인 요양병원 의사”라며 “방역당국에서 코로나 전담요양병원이라는 비윤리적이고, 실패가 예견된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어 고통받을 환자 및 보호자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고 했다.
◊”코로나 전담요양병원, 치료 골든타임 놓치게 할 것”
A씨는 ‘전담요양병원은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가 예견된다’며 총 다섯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번째는 전담요양병원 강제 지정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A씨는 “의료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감염병 환자는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번째는 요양병원이 감염병을 치료할 능력이 되지 못하다는 점이다. A씨는 “서울시에서 시설 및 인력을 보완해준다고 하지만, 감염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요양병원의 한계를 극복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령에 중증질환을 갖고 있는 요양병원들은 감염되는 순간 열이 나고 호흡곤란이 시작되면서 중환으로 넘어간다”며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 하루라도 빨리 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해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 전담요양병원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게 되면 치료시기를 놓치고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중대본·중수본·서울시 관계자들은 부모님이 요양병원에서 확진됐다면 과연 전담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전담요양병원으로 가시게 할까?”라고 반문하며 “환자 목숨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담요양병원제도는 탁상 행정...실패한 정책 될 것”
세번째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과 행정직원의 대규모 사직으로 돌봄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A씨는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되면 기존 인력 대부분이 사표를 쓰고 나갈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의료진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나 행정인력은 지원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이 제일 힘들어하고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돌봄인력(간병사) 부족 때문”이라며 “서울시에서 돌봄 인력을 모집했으나 목표(200명)의 절반도 안되는 90명만 모집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증가하면 돌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고 사망에 이르는 대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번째는 기존 환자의 분산 및 이송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A씨는 “우리 병원에는 50~60명의 비확진자 환자가 남아있다. 강제 전원시키려해도 다른 병원의 협조가 쉽지 않고, 환자 및 보호자들 역시 타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분들이 끝까지 거부하시면 전담요양병원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섯째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다. A씨는 “지역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도 해결해야할 숙제”라고 했다.
A씨는 “이러한 이유들에도 전담요양병원을 밀어부칠시에서는 대규모 고려장 무덤이 될 것”이라며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화를 위해 중간단계에 코로나 환자와 밀접접촉자 저장소(전담요양병원)를 만든다는 것은 사망률 증가를 초래하고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담요양병원은) 탁상 행정, 전시 행정이며, ‘언론만 눈감으면 그럴듯한 그림이 될 것’이란 착각일 뿐이다. 결국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씨는 “전담요양병원이라는 꼼수가 아닌 전담병원에 재정을 더 투자하면 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