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반려동물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방역당국이 밝혔다. 감염된 동물은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남 진주 국제기도원에서 기르던 새끼 고양이 한 마리로, 역학조사 및 대처 과정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감염된 고양이는 국제기도원에 머물던 한 모녀가 기르던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다. 방역당국은 고양이를 기르던 모녀가 확진됨에 따라 이 고양이의 돌봄장소를 옮기기 위한 과정에서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 방대본은 “확진된 주인이 고양이에게 코로나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대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부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한 집단감염 사례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방역당국이 확인했다”며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하고 계신 분들, 생활 속에서 반려동물을 흔히 접하는 국민께 걱정을 드릴 수 있는 만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사람과 동물 간 코로나 전파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농림축산식품부에도 방역당국과 협의해 반려동물 관리지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본과 홍콩, 브라질 등 전 세계적으로 주인을 통해 반려묘나 반려견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수차례 보고됐다. 세계적으로 동물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는 대부분 사람과 접촉한 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동물원에서 사자와 호랑이, 눈표범, 고릴라 등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 CDC는 코로나에 감염된 고양이나 개 등 반려동물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미 CDC는 “증상이 있던 반려동물 대부분이 증상이 약했고, 완전히 회복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로선 동물이 코로나를 사람에게 전염시키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현재로선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할 위험은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를 전파할 수 있지만, 반대로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게 현재까지의 연구·관찰 결과라는 것이다.
미 CDC는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거나 확진된 경우 반려동물이나 가축,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묘는 가능한 집 안에만 머무르게 하고, 애완동물을 데리고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데려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또 반려동물에게 마스크를 씌우면 동물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만큼 동물은 마스크를 씌우지 말라고 조언했다. 주인이 코로나에 확진된 경우 애완동물과 스스로 격리하고, 애완동물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동물병원에 바로 데려가지 말고 수의사와 전화 통화 등으로 먼저 상담을 받으라는 게 미 CDC의 지침이다.
문제는 밍크다. 밍크의 경우 코로나에 감염될 뿐 아니라 코로나에 취약하고, 밍크가 많이 모여있는 밍크 농장과 같은 환경에서는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덴마크 정부는 “밍크에 의해 코로나에 감염된 12명에게서 변이 코로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덴마크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밍크 농장 근무자가 확진되고 밍크들이 대거 코로나에 걸려 폐사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마리 이상의 밍크가 살처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CDC는 밍크가 사람에게 코로나를 감염시킬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미 CDC는 “다만 밍크 농장에서 일하는 환경에서는 밍크를 통해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고양이, 개, 페럿, 큰박쥐, 햄스터, 두더지 등은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동물들은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다른 동물에게 코로나를 전염시킬 수도 있다. 미 CDC는 “다만 개는 고양이와 페럿과 달리 다른 개에게 쉽게 코로나를 감염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험실 쥐, 돼지, 닭, 오리는 코로나에 감염되지도 않았고, 전염시키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미 CDC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