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를 유지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의 가족 간 감염 사례가 나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경북도와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두바이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30대 여성이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데 이어, 이 여성과 같은 집에 살던 어머니도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 각종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 중인데, 주요 변이종으로는 영국발과 남아공발·브라질발 등이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영국발 바이러스는 71개국, 남아공발은 31개국, 브라질발은 13개국으로 감염이 확산한 상태다. 질병청은 2일 “한국은 세 가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모두 확인된 전 세계 9개국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그만큼 변이 바이러스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뜻이다.

◇더 빠르고 독해지는 변이

현재 미국·유럽에선 감염력이 센 변이 바이러스가 “또다른 코로나 대유행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올봄이면 미국에서 변이들이 더 지배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이 버틀러 부국장도 “더 전염성이 강한 변이가 지배종(種)이 되면 집단면역에 필요한 기준이 (기존 60~70%에서) 80∼85%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국내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세 가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총 34명이다. 영국발 변이 감염자 23명, 남아공발 6명, 브라질발 5명 등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약 1.5배 전파력이 증가됐다고 보고됐고,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는 높은 재(再)감염률이 특징이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제러미 루반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지금까지 코로나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브라질에선 같은 사람이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사례까지 나왔다. 이 바이러스들이 단순한 ‘변이’ 수준을 넘어 더 큰 감염력·치명률을 보이는 ‘변종’ 수준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 3~4월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 가능성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나오는 데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할 경우 더 큰 파고의 4차 대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1~3차 유행 과정이나 해외의 코로나 유행 패턴을 분석해보니, 각 유행 사이의 간격은 짧아지고 유행 강도는 더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4차 대유행이 올 3~4월 사이에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근화 한양대 의대교수도 “4차 대유행이 생각보다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닥칠 수 있다”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에 개발된 백신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도입될 예정인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는 조사되지 않은 상태이고, 얀센·노바백스 백신은 예방 효과가 49~57% 수준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가 상반기 중 1030만명에게 백신을 맞힌다는 계획이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는 “백신 도입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치면 큰 문제”라며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