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A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모씨(68). 지난달 초 갑자기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힌 급성 심근경색증 진단이 내려졌다. 응급 시술이 필요했지만 이 병원엔 그런 설비가 없었다. 다른 병원을 급히 수소문해도 코로나 감염자를 선뜻 받겠다는 곳은 없었다. 잘못 했다간 시설이 오염되고 폐쇄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진통 끝에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이 환자를 넘겨받았다. 이곳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응급센터 내에 코로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응급심혈관 중재실이 별도로 갖춰져 있다. 의료진은 이 중재실에 들어갈 때 3~5㎏ 무게에 달하는 레벨D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코로나 감염에 대비한다. 병원은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설계된 음압 이송 카트에 싣고 심혈관조영술실로 옮겼다. 이곳에서도 바이러스 유출 차단 시설이 있다. 출동한 심장내과 의료진은 막힌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어 치료를 마쳤다. 이 환자는 1주일 뒤 코로나 완치 판정과 더불어 퇴원할 수 있었다. 안철민 심장내과 교수는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에선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 증상 응급 환자는 일단 코로나 감염자로 간주하고 음압과 방호 장비를 갖춘다”고 했다.
갑자기 생긴 두통과 고열 증세로 서울 한 대학병원을 찾은 최모(24)씨는 “머리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코로나 검사가 나올 때까지 응급센터 밖 대기실에서 수 시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당수 응급센터들은 환자가 조금이라도 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 의심 증상이 보이면 일단 ‘코로나 감염자'로 간주하고, 검사 결과 전까진 응급 처치를 미루고 있다. 환자들이 기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지난해 말 전국 성인 남녀 2097명에게 물어보니 코로나19 발생 후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주변 응급실을 찾기 어려워서(23.6%), 코로나 의심 증상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14.5%) 등 이유였다.
병원 측도 불만이 있다. 방호복을 입고 여러 의료진이 동원돼 치료한 환자가 코로나 확진자라면 비용을 보전받지만, 아니라면 추가 비용에 대한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 긴급대응 실무단장은 “응급 상황에서 확진자에게만 일부 의료비 보상을 하는 지금 체계로는 결국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응급 처치에 나서길 꺼릴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 의심자 관련 처치도 재난 상황 의료수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