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코로나 영남권역 예방접종센터 모의훈련'에서 백신 접종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코로나 영남권역 예방접종센터에서 실시한 화이자 백신 모의 훈련에 참여했다. 백신 모의훈련은 준비 단계부터 접종 후 이상 반응 관찰에 이르기까지 실제 유사한 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는 훈련이다.

김 지사는 노란 민방위복을 입은 팔 위로 모의 접종을 했다. ‘비염이 있는데 접종해도 괜찮느냐’고 의료진에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 돌아보니 백신의 보관, 접종 과정에 대한 관리까지 철저하게 준비가 돼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신 접종 모의훈련을 실시한 것은 경남도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 각 권역예방접종센터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본격적인 접종에 앞서 지난달부터 백신 수송·보관·접종 등 각 단계를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지난달 25일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 별관에 마련된 대구 1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접종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작은 정부의 민·관·군·경 합동 모의 유통 훈련이었다. 지난달 3일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백신 모형을 사용한 수송 훈련을 실시했다. 경찰 사이드카, 순찰차, 군사경찰, 경찰특공대, 경찰기동대 등이 동원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장을 직접 참관하고 “실제 수송 담당자들이 돌발 상황 대처 요령들을 충분히 주지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보고자 자격으로 참석해 “15개 돌발 상황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며 “담당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시키겠다”고 답했다.

백신 접종센터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훈련까지 나왔다. 지난달 23일 부산에서는 경찰특공대의 백신접종센터 대테러 모의훈련이 이뤄졌다.

테러단체가 코로나 백신 접종 센터를 습격해 의료진을 납치하고 백신을 탈취하는 상황, 테러범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위협하는 상황 등을 가정했다고 한다. 현장 사진을 보면 방탄복을 입은 채 소총을 든 특공대원들이 접종 센터로 진입하고, 경찰견까지 동원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달 23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코로나19 백신접종 센터에서 경찰특공대가 대테러 진압전술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대테러 모의훈련은 테러단체가 코로나 백신접종 센터를 습격해 의료진을 납치하고 코로나19 백신을 탈취하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했다. /연합뉴스

◇ 모의훈련만 수차례 했는데…정작 현장에선 ‘온도 조절 소동’

수차례 모의훈련에도 불구하고 백신 수송 중이나 보관 중 적정 온도 범위를 벗어나 회수하는 소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영하 9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를 유지해야 한다. AZ백신은 영상 2~8도에서 보관돼야 한다.

4일 울산의 한 요양병원에 보관 중이던 AZ백신 100회분이 보관 온도를 넘겨 회수됐다. 울산시는 냉장고와 연결된 멀티탭 고장으로 전원이 끊기면서 백신 보관온도(2~8도)를 넘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제주도민에게 접종할 AZ백신 3900회분이 경기 이천의 물류센터에서 냉동탑차를 통해 출고됐지만, 차량 내 수송용기 온도가 한때 영상 1.5도까지 올라가면서 전량 회수하고 새 백신을 보낸 일도 있었다. 다만 방역당국은 이 백신에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고, 폐기하지 않고 추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온수기 배관이 터져 백신 냉동고가 물에 잠길 뻔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곳이다. 의료원 시설팀과 상주 군경이 전원 장치 등을 신속히 옮기면서 냉동고가 정전되는 일은 막았다.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초도 물량이 26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해 수송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공동취재단

◇ 대테러훈련까지… “전세계 102번째 접종국이 도둑맞을까 쇼하나”

백신 접종 경쟁에서도 뒤쳐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달 26일에서야 백신 접종을 시작해 세계에서 102번째다. 5일 현재 백신접종률도 0.6%로 76위에 그친다.

이 때문에 백신 관련 모의훈련이 정부나 지자체장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목적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전세계에서 102번째로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는 나라에서, 그것도 인기 없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북한이 훔쳐갈까 봐 그런 거대한 쇼를 했느냐”며 “6월에 백신 접종이 끝나는 영국인들은 (접종이 끝나면) 신나게 뭐할까 계획 세우느라 여념이 없는데, 연말이 지나야 접종이 끝날 것 같은 우리는 영혼없는 군대가 백신 지킨다고 대낮에 쇼나 해댄다”고 꼬집었다.

한 네티즌은 “있지도 않을 대테러 훈련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온도 조절에 실패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백신 탈취가 우려돼 보안을 위해 모의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면 왜 실제 백신 수송 트럭에 ‘코로나 백신’이라고 써붙이는 거냐”, “군대에서 맨땅에 폭설 대비 모의 제설훈련했던 것이 생각난다”는 반응도 있었다.

2월 3일 실시된 '코로나19 백신 안전유통을 위한 부처합동 모의훈련'에서 백신 수송 훈련 차량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훈련까지 하며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감사히 여긴다” “대통령이 꼼꼼하게 챙기니 든든하다”는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