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이자나 모더나에서 만드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국내 업체도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이른바 ‘한국형 화이자 백신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 내에 ‘범정부 mRNA 백신 사업단’을 만들어 국내 백신 개발 업체에 연구에서 사용 허가 단계까지 각종 예산과 실무 지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작년부터 mRNA 백신을 개발하는 중소 백신 업체 E사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사는 2000년부터 여러 백신을 개발해왔다. 이미 정부와 E사는 수차례 회의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E사가 개발 중인 mRNA 백신은 동물 실험인 비임상 단계에 있다. 정부는 이 단계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통해 예산·실무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단계에선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등이 지원한다. 해외 특허와 다른 기술로 국내 mRNA 백신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허 회피’ 전략에 대한 실무 지원은 특허청이 중심이 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도 mRNA 백신 관련 지원을 하게 된다.
정부는 대기업과 E사를 연결, 협력·개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기술력이 있지만 규모가 작았던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미국 화이자와 협력해 백신을 개발하고, 미국 모더나가 미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백신을 개발한 것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예산은 2627억원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비임상 지원 예산 74억원과 임상 지원 예산 687억원 중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해 돈이 많이 드는 대규모 3상 단계 땐 1조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대한민국 펀드로 예산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모더나로 대표되는 mRNA 백신은 코로나 사태 때 처음 상용화한 신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든 바이러스의 유전자 명령(mRNA)을 몸속에 넣어 이에 대항하는 면역 능력을 만든다. 통상 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10개월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방 효과도 좋고, 변이 바이러스용 백신 개발도 쉽다. 정부 관계자는 “E사 외에 mRNA 백신 개발 성과를 보이는 다른 회사들이 나오면 역시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