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후 김정숙 여사가 백신을 맞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장면을 놓고 일부 네티즌이 ‘백신을 바꿔치기해서 맞았다’고 주장하자 질병관리청이 2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백신 바꿔치기 주장이 명백한 거짓인 만큼 허위 정보 유포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문 대통령 접종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백신 병에서 주사 액을 뽑을 때는 주삿바늘에 ‘캡(덮개)’이 없었는데 간호사가 칸막이 뒤로 간 다음 나온 뒤에는 바늘에 캡이 씌워져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접종 후유증 가능성이 있는) 백신이 아닌 영양제 주사를 맞힌 것 아니냐”는 식으로 추정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당일 관련 질문이 나오자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허위 조작 정보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만 했다.

그런데 질병청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접종이 이뤄진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 확인한 결과, 액을 뽑고 주삿바늘에 다시 캡을 끼운 건 당시 취재진이 접종 전 주사기를 촬영할 동안 바늘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조치라고 들었다”며 “바꿔치기 게시글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뒤늦게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새 의혹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에게 백신 접종한 간호사는 ‘양심 선언을 하라'며 전화로 욕설·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접종 당시 상황을 보면 일반 국민 눈에는 오해할 소지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바꿔치기 가능성은 없고 간호사에 대한 협박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다만 백신을 접종할 땐 개방된 장소에서 의료용 트레이(쟁반)에 주사기와 백신, 솜을 놓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종로구 보건소처럼 의료진이 칸막이를 두고 접종을 준비하면 동선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까지 생겨버린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 전문가는 “주삿바늘에 캡을 씌우면 오염 방지에 도움이 되지만, 백신 액을 뽑아서 곧장 접종할 때는 굳이 캡을 씌우지 않아도 된다”며 “다른 이유가 있었다지만 액을 뽑아서 바로 접종했으면 오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마상혁 부회장은 “접종 당시 문 대통령은 접종 부위를 손으로 문지르면 안 되는데 솜으로 문지르더라”면서 “이런 세세한 부분을 제대로 안내하는 등 챙기지 못한 걸 보면 보건소나 질병청이 준비를 철저하지 못한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른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접종 후 부위를 문지르면 백신 액이 피하지방 등으로 역류할 수 있어 효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번 질병청의 수사 의뢰 조치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질병청은 “바꿔치기 게시글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 의뢰됐다”고 설명했다.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해명하면 될 일을 굳이 수사 의뢰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며 “백신에 관해 다른 허위 사실이 퍼져있는 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대통령 관련된 일에만 발끈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백신을 접종한) 어제 밤늦게 미열이 있었는데, 머리가 아프거나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비 차원에서 해열 진통제를 먹고 잤더니 아침에는 개운해졌다. 백신 안전성 논란을 끝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