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모 셋 중 한 명이 35세 이상이었을 정도로 나이 든 임산부가 크게 늘고 있지만, 산부인과 인프라는 쪼그라들고 있다. 나이가 있는 산모는 젊은 임산부에 비해 임신 합병증과 유산·조산 등의 위험이 높은데, 산전 관리가 중요한 나이 든 산모에 대한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모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가기 위해 차량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시·군인 분만 취약지가 전국에 30곳이나 된다. 저출산으로 운영이 힘들어진 ‘동네 산부인과’의 폐업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분만이 가능한 의원 수는 2007년 710개에서 2017년 290개로 10년간 절반 이하로 줄었고,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도 같은 기간 133개에서 85개로 줄었다. 동네 의원들이 줄어든 대신 도심 중심으로 대형화되면서 병원급만 123개에서 148개로 소폭 늘었다.

고위험 산모를 담당할 숙련된 산부인과 의료진이 주는 것도 문제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베이비붐 세대 의사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분만 수요 감소 등으로 신규 산부인과 의료진 배출은 저조하다. 이대로 두면 향후 10년간 산부인과 전임 교수는 14%, 조교수는 53%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필량(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동네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분만 취약지에 거주한다면 응급 때 대처가 늦어지는 등 위험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국내 모성사망비(신생아 10만명당 임신이나 분만 관련해 사망하는 산모 숫자)는 11.3명을 기록해 OECD 평균 7.8명보다 높았고, 35~39세에서 모성사망비는 16.5명에 달했다.

이필량 이사장은 “의료 인프라는 한두 해만에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 놓고 있다가는 어느 순간 고령 산모에 대한 의료 위기가 올 수 있다”며 “필요한 곳에 산부인과 의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하고, 거점 병원 등으로 지역 고위험 산모들을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공공 이송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