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으려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해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2)씨가 정자 기증 제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비혼 출산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같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도 우리 사회에 제기됐다. 아이를 원하지만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하거나, 결혼 의사가 없어 출산을 미룬 ‘늦맘’을 위해 가족의 다양성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란 전문가들도 적잖다. 동거·사실혼 혹은 비혼(非婚) 상태라도 원하는 시기에 아이를 낳아 사회적 차별 없이 기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유럽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는 ‘코아비타시옹’이란 결혼과 비혼·미혼의 중간 정도인 동거 상태가 인정돼, 출산·육아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산 전 ‘결혼’이란 허들을 쉽게 뛰어넘고 출산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사유리씨와 같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도 영국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연합 회원 17국이 허용한다.
우리 국민들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5월 통계청이 전국 만 13세 이상 약 3만80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 30.7%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22.4%에서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다만 현실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외 출생아는 6974명으로, 혼외 출산율(한 해 출생아 중 혼외자가 낳은 아이 비율)은 2.3%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1%)보다 훨씬 낮다. 아이는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낳아야 한다는 관념이 세고, 홀로 아이를 낳는 부모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양성 논의의 시동을 걸되, 부작용이 없도록 사전 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선택을 보장하는 방향성은 맞는다고 보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등에 대한 사회 보장이 충분하고 이들에 대한 냉소와 차별 문화도 사라져야 더 큰 사회문제가 불거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