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초도 물량이 지난 2월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해 의료진이 백신을 수령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제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이달 31일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34만5000명분이 다음 달 셋째 주로 도입 시기가 밀렸다. 물량도 21만6000명분으로 12만9000명분(37.4%)이 줄어든다. 전 세계적인 백신 물량 부족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현실화한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당초 31일 운송 개시 예정이었던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9만회분(34만5000명분)은 4월 셋째 주쯤 43만2000회분(21만6000명분)이 1차 도입될 계획으로 변경됐다”며 “국제적인 공급 상황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방역 당국은 저소득 국가에 배분 예정이었던 인도 생산 AZ 백신 물량의 공급이 지연돼 “모든 참여국에 상반기 중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코백스가 각국에 백신 배분 방침을 변경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최근 자국민 접종 확대를 위해 인도에서 생산한 AZ 백신의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정 청장은 3월 국내 도입이 예정됐던 코백스 AZ 백신 물량(34만5000명분) 중 받지 못하게 된 12만9000명분과 4~5월 공급 예정인 코백스 AZ 물량(70만5000명분)에 대해선 “(코백스 측이) 가능하면 5월 중 공급하는 것으로 통지는 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조금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AZ 백신 공급이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4~6월 300만명분이 국내에 도입될 예정인 화이자 백신은 4월 50만명분, 5월 87만5000명분이 도입된다. 나머지 절반 이상인 162만5000명분은 6월에 들어온다. 정 청장은 2분기 도입 예정인 얀센·모더나·노바백스 백신에 대해선 이날 “도입 물량과 시기에 대해 각 제약사와 협의 중”이라고만 했다. 얀센·모더나·노바백스는 일러야 5월 이후 적은 물량만 도입될 전망이다. 미국의 ‘5월 말까지 6억회분 백신 공급’ 정책으로 인해 4·5월 우리나라 백신 물량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얀센 등 백신 3종이 2분기(4~6월)에 들어오지 않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 전략으로 2분기 ‘백신 보릿고개'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AZ 백신은 한 병에 10회 접종이 원칙이지만, LDS를 쓰면 11~12회 접종이 가능하다. AZ가 10주 간격 2회 접종이라 2분기 1차 접종자 수를 확 늘리고, 이후에 들어오는 3분기 AZ 물량으로 2차 접종을 하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4~6월 물량 도입 예정인 AZ는 최대 455만명분(910만회분)이다. 이를 단순히 계산해서 1병당 11회씩 접종하면 1001만명, 12회 접종 시 1092만명이 2분기에 1차 접종을 할 수 있다.

화이자는 한 병에 6회 접종인데, LDS를 쓰면 7회까지 접종할 수 있다. 화이자는 3주 간격 2회 접종이라 AZ처럼 ‘쪼개기 접종’은 어렵지만 4~6월 300만명분을 7회 접종으로 늘릴 경우 최대 350만명까지 접종이 가능하다. 실제 1분기 화이자 도입 물량은 5만8500명분인데, 이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6만380명으로 물량보다 1880명 더 접종했다. 일부 의료기관이 LDS로 한 병당 7회 접종했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 보관 사고가 나거나 의료 기관 여건, 접종 상황에 따라 이 수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4~6월 1차 접종 대상자 1112만여명 중 접종 거부자가 나올 수 있어, 정부는 2분기 1차 접종 계획은 예정대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서 추가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