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맞은 국내 의료인 10명 중 8명이 발열·근육통·피로 등을 동반한 전신 이상 반응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이러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아스트라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는 화이자 백신보다 7.2배 더 많은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최근 코로나 백신을 맞은 의료인 532명을 대상으로 지난 15~28일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532명 중 아스트라 접종자는 501명, 화이자 접종자는 31명이다. 전체적으로 국소 이상 반응을 겪은 사람은 응답자 중 82.7%(440명), 전신 이상 반응을 겪은 사람은 75%(399명)였다.
이번 조사에서 두 백신은 전신 이상 반응에서 차이를 보였다. 아스트라 접종자 중 전신 이상 반응을 겪었다는 답변은 78%이지만 화이자는 32.3%였다. 다만 이번 조사 대상자들이 연령별·성별 모집단 수가 달라 이를 균등하게 가정해 분석하면 아스트라 접종자가 전신 이상 반응을 겪은 경우는 화이자보다 7.2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2차 접종 의향도 백신별로 갈렸다. 아스트라 접종자는 2차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6.2%, “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은 150명(29.9%)였다. 반면 화이자 접종자는 97%가 2차 접종에 응할 의사를 보였다. 마상혁 부회장은 “아스트라는 2차 접종보다 1차 접종 때,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에서 이상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아스트라 백신 접종 후 전신 이상 반응이 더 많이 발생했다. 아스트라 백신 접종자 중 20대에서 전신 이상 반응을 보인 경우는 110명 중 94명(85.5%), 30대는 116명 중 98명(84.5%), 40대는 166명 중 129명(77.7%), 50~60대는 109명 중 68명(62.4%)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 질병관리청이 접종자 1만8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32%가 고열·근육통 등 이상 반응을 보인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정부 조사에서 이상 반응을 호소한 32% 중 20대가 9.8%, 30대 8.3%, 40대가 7.2%, 50대 6.3%, 60대 1.1%였다.
아스트라 백신은 3상 임상시험에서 성인의 39.2%, 고령자는 24.6%가 이상 반응을 보였다. 화이자 백신은 3상 임상 참가자의 20.8%가 이상 반응을 겪었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두 백신 모두 발열, 근육통 등 증상별로 접종자 10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두 백신의 경우 발열은 0.01%, 그 외 부작용은 0.02%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 백신은 일반 백신보다 이상 반응이 많이 나타난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는 이상 반응을 겪은 의료진이 설문에 더 적극적으로 임했을 수 있고, 의료인이 이상 반응을 일반인보다 더 민감하게 인지해 더 높은 수치가 나타났을 수 있다”며 “다만 아스트라 백신이 젊은 층에서 이상 반응을 더 많이 겪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20~40대는 아스트라 백신을 접종할 경우 이상 반응 발생을 대비해 파라세타몰(타이레놀)과 같은 약물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도 이상 반응이 일반 백신보다 잦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스트라 백신처럼 이상 반응 발생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상혁 부회장은 “두 백신 모두 임상시험을 통과한 검증된 백신이지만, 일반 백신보다 이상 반응이 강하고 빈도도 높게 나타나 실태 파악과 원인 분석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독일처럼 이상 반응을 줄이기 위해 연령별로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전략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