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고령층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2일 오전 부산 남구 코로나19예방접종센터에 마련된 백신 전용 초저온 냉동고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동환 기자

정부가 2일 ‘백신 접종 확대’ 카드를 꺼냈다. 이른바 ‘쥐어짜기 주사기’를 이용해 한 명이라도 접종자를 늘리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2차 접종을 1차 접종 후 석 달까지 최대한 띄워 맞추는 식으로 백신 1회 접종 대상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 111위 수준으로 떨어지고,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사흘 연속 500명을 넘기며 ‘4차 유행 초입’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제 백신 수급 불안정이라는 악재(惡材)까지 겹치자 비상 수단을 꺼내든 것이다.

코로나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방접종 2분기 시행계획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사전에 예고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예방접종 2분기 시행계획’을 발표한 지 20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수정 계획을 발표했다.

수정 접종 계획에 따르면, 그간 대학 입시 등으로 우선 접종 필요성이 제기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교사들에게 2분기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접종하는 것으로 교육부에서 학사 일정을 조사하고 있다”며 “여러 시험 일정을 고려해 교육부와 접종 시기를 조율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고3 학생과 교사 접종 대상자는 45만~49만명 정도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는 유치원·어린이집, 초등 1·2학년 교사 및 돌봄 인력의 백신 접종 시기는 기존 6월에서 5월로 한 달 당기기로 했다.

인구 100명당 코로나 백신 접종 횟수·인원

노인·장애인 돌봄 종사자 38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AZ 백신 접종 시기는 당초 6월 말에서 이달 16일로 당겨졌다. 접종은 각 시·군·구별로 지정하는 위탁 의료 기관에서 실시된다. 이달 중순 이후 접종이 예고됐던 장애인 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결핵·한센인 시설, 노숙인 시설, 교정 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 입소자·종사자도 이달 9일부터 위탁 의료 기관이나 보건소, 자체 의료 기관 등을 통해 AZ 백신을 당겨 맞는다.

접종 인원이 많은 만 65~74세 연령층 494만3000명에 대한 접종 시작 시기는 지금껏 ‘5~6월’로 모호했지만, 이번엔 ‘5월 중’으로 못 박고, 내달 도입되는 백신 물량으로 접종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의원급 의료 기관, 치과·한방 병원 및 약국의 보건 의료인 38만5000명에 대한 접종 계획은 기존 6월에서 이달 23일로 당겼고, 항공승무원 2만7000명에 대한 접종 시기도 당초 5월에서 이달 16일로 앞당겼다.

또 병원급 이상 의료 기관에선 접종 대상을 의사·간호사와 같은 보건의료인에서 병원 종사자 전체로 확대하되, 환자와 직접 접촉이 많은 환자 이송 인력, 의료 폐기물을 처리하는 이들부터 우선 접종을 한다는 방침이다.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학교 내 보건교사(4만9000명), 어린이집의 장애아 전문 교직원과 간호 인력(1만5000명)은 오는 8일부터 근무지 소재 보건소에서 AZ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코로나 감염 시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큰 만성 질환자 중 투석 환자(9만2000명)도 올 6월에서 4월로 접종 시기가 두 달쯤 빨라졌고, 만성 중증 호흡기 질환자(1만2000명)의 접종 시기도 6월에서 5월로 한 달쯤 당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2분기 도입 확정된 물량은 769만8500명분(1539만7000회분)뿐이라 물량 부족이 관건이란 지적이 나온다. 2분기 내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 769만8500명분 중 화이자사와 개별 계약으로 도입되는 백신이 314만8500명분, AZ 백신 개별 계약 물량이 455만명분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는 “결국 2회 차 접종 물량을 당겨 맞는 핵심 이유는 ‘백신 수급’ 문제 때문”이라며 “이번 보완 대책이 ‘언발에 오줌 누기’가 안 되려면 후속 수급 계획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는 “1차 접종자 수 확대가 집단 면역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젊은 층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증 문제는 여전히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