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보습학원發 집단감염… 거리두기 2단계로 올려 - 7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자 이날 거리 두기 단계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올렸다. /신현종 기자

정부가 ‘60세 미만’ 연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7일 밝히면서 4월 이후 우리나라 접종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종사자·입소자 등 기존 접종 대상자 가운데 아직 접종하지 않은 60세 미만 3만8771명은 한시적으로 접종 중단하고, 8~9일 접종 예정이던 14만2202명은 접종을 연기하기로 했다.

◇흔들리는 접종 계획

정부가 이처럼 접종 계획을 변경한 것은 유럽의약품청(EMA)이 7일 “AZ 접종이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과 인과성이 있다”고 밝힌 데다, AZ 백신을 만든 영국조차 30대 미만 접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는 2분기에 770만명에 대해 AZ 접종을 계획하고 있었다. 2분기 전체 접종 대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런데 60세 미만은 AZ 백신을 당분간 맞히지 않기로 하면서 전체 접종 계획이 흔들리게 됐다. ‘4차 대유행’ 조짐에 ‘AZ 접종 중단’ ‘백신 보릿고개’까지 삼중고(三重苦)가 겹치면서 방역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백신 접종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조치”라며 “EMA 조사 결과를 토대로 AZ 접종 관련 논의를 다시 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60세 미만 2분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보류) 대상자

60세 미만 AZ 백신 접종 중단은 세계 추세에 비춰 불가피한 결정으로 파악된다. 현재 유럽 각국에선 AZ를 접종받은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서 DIC(파종혈관내응고)와 CVST(뇌정맥동혈전증)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각국 정부가 접종 중단 결정을 속속 내리고 있다. EMA는 지난달 18일 “DIC는 5건, CVST는 12건이 발생했고, 9명이 사망했다”며 “사망자 대부분은 55세 미만 여성”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 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50세 미만이 백신 접종 후 14일 내에 DIC가 발생할 확률은 1건 미만, CVST는 1.35건이었는데 AZ 접종 후 발생 건수는 이보다 많았다. 55세 미만 젊은 층, 특히 여성의 AZ 접종 안전이 관건으로 떠오른 이유다.

◇발 빠르게 움직인 유럽

유럽 국가들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독일은 AZ 접종자 270만명 중 31명에게서 CVST 발생이 보고됐다. 이 중 9명이 숨지자 60세 미만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전격 중단했다. 이미 AZ 백신을 1차 접종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2차 접종은 AZ 외에 다른 백신으로 접종한다’는 이른바 ‘교차 접종’을 권고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12만명 중 6명(사망 4명)이 CVST 증상이 나타나 세계적으로 이상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네덜란드는 독일처럼 60세 미만에 대해 접종을 중단했고, 캐나다·프랑스는 55세 미만에 대해 AZ 접종 중단 조치를 내린 상태다.

특히 AZ 백신 ‘모국'인 영국마저 혈전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30세 미만 접종 제한’을 검토한 대목이 우리 정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자국 백신에 대해 “안전하다”는 해명을 거듭했으나, AZ 백신 접종자 중 22명이 CVST가 발생하고, 7명이 사망하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자 태도를 바꿨다. AZ사 스스로도 혈전 발생에 대한 우려 때문에 6~17세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접종 보류는 옳은 결정”

전문가들은 대체로 AZ 백신 60세 미만 접종 보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안전성 논란이 있기 때문에 접종 보류는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젊은 층에 화이자 백신, 고령층에 AZ 백신을 맞히는 식으로 접종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는 “독일처럼 1차로 AZ 접종을 맞은 이들에겐 다른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2분기에 안심하고 맞을 백신이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은 “정부가 (AZ 백신) 접종을 유보한 건 지지하지만 다양한 백신을 미리 확보해두지 못한 건 뼈아픈 공백”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백신 수급이 힘든 상황이라 얀센이나 모더나 백신을 최대한 끌어오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면서 “6월부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올 예정인 노바백스를 최대한 빨리 사용 승인해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