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은 “뇌정맥동혈전증(CVST)과 같은 희소 혈전 사례를 AZ 백신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접종 이익이 코로나 감염에 따른 손해보다 크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AZ 백신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희소 혈전은 얼마나 자주 발생하나?
EMA 발표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영국에서 AZ 백신을 접종한 3400만명 중 169명이 희소 혈전 증상을 보고했다. 100만명당 5명 수준이다. 발생률 자체는 매우 낮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분류됐다. 다만 CVST의 자연 발생률보다 높은 것이 문제다. 미 존스홉킨스대는 평상시 CVST 발생 빈도를 1년 기준 100만명 중 5명으로 추산한다. 유럽에서 백신이 접종된 최근 3개월간 CVST 발생률은 이보다 4배 정도 뛴 셈이다.
Q. 국내도 희소 혈전 발생이 더 많나?
한국은 지난 한 달 반 동안 AZ 백신 접종자 90만명 중 CVST 1건이 보고됐다. 20대 코로나 1차 대응요원이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1명이지만 자연 발생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며 “유럽 희소 혈전 사례 대부분이 60세 미만 젊은 층인데, 국내는 그간 고연령층 중심으로 접종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층 접종이 본격화하면 부작용 사례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부작용은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나?
EMA의 공식 입장은 “희소 혈전 사례 다수가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나타났지만 특정 성별·연령대가 더 위험하다고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독일 당국은 ’55세 미만 여성'으로 특정했다. 희소 혈전이 발생한 31명 가운데 29명이 여성이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 여성은 원래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가장 강한 집단”이라며 “이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AZ 백신 접종을 재개하더라도 젊은 층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Q. 희소 혈전 치료는 가능한가?
백신 접종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게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다. 보통 접종 후 15분~1시간 이내에 발생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쉬운 편이다. 이에 반해 희소 혈전 부작용은 증상이 접종 후 4일~2주일 내 나타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이틀 이상 계속되는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다. 조아현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희소 혈전은 위중한 질환이지만 경증~중증으로 단계가 나뉘어져 있고 조기 발견하면 항응고·혈전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Q. 이미 AZ 백신을 1차 접종받은 사람은?
60세 미만 1차 접종자가 AZ 백신으로 2차 접종을 받을지 여부는 오는 11일 정부가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AZ 백신 접종 간격은 12주(3개월)다. 해외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독일은 1차로 AZ 백신을 맞은 60세 미만에게 “2차 접종은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맞으라”며 교차 접종을 권고했다. 하지만 영국은 “30세 미만의 경우 AZ 외의 다른 백신을 맞되, 이미 AZ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면 2차도 AZ로 하라”고 권고했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가톨릭대 감염내과)은 “교차 접종의 효과성·안전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가 아직 없어 무엇이 더 좋다 말하기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했다.
Q. EMA는 “AZ 접종은 실보다 득”이라는데.
코로나 사망자가 AZ 접종 뒤 희소 혈전 사망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1억3000만여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이 중 270만명(2%)가량이 사망했다. 혈전 발생자(0.0005%)보다 훨씬 많다. 다만 젊은 층에 한정하면 오히려 ‘득보다 실’일 가능성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시적으로 AZ 접종 이익이 큰 것은 맞지만 사망률이 낮은 젊은 층은 희소 혈전 부작용을 감수하고 얻는 이익이 크다고 하기 어렵다”며 “젊은 층엔 백신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