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 백신 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자국민을 맞히고도 남는 백신 물량을 해외 관광객에게 제공해 관광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 알래스카주는 “오는 6월 1일부터 알래스카 내 앵커리지, 주노, 케치칸, 페어뱅크스 공항 등 4개 공항에 입·출국하는 관광객에게 백신을 무료 접종하겠다”고 지난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알래스카주 정부는 “현재 모든 알래스카 주민이 맞을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백신 관광을 통해 그간 침체된 관광업을 살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러시아 백신 관광 상품을 들고 나왔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에 가서 관광도 하고 백신도 맞으라는 것이다. 유로뉴스는 “이 중 한 패키지 상품은 2999유로(약 401만원)를 내면 러시아 내 관광 리조트에 22일간 머무르며 두 차례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여행사도 최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하루 관광하고 백신을 무료로 맞고 돌아오는 관광 상품을 내놨다. 이 여행사는 “화이자·모더나·스푸트니크V·시노팜·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든 종류의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자국 인구(700만명)의 2배 수준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 인도양의 관광 국가인 몰디브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코로나 백신을 무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관광의 등장은 백신이 앞으로 주요한 경제·외교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은 백신을 통한 외교·경제적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