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안전하다'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진다’라는 대통령님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대통령님에 대한 존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권 변호사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최소한 지켜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입니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뒤 사지(四肢) 마비가 나타난 40대 간호조무사의 남편 이모(37)씨는 20일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올리고 이처럼 썼다. 아내가 지난 3월 12일 AZ 백신을 맞고 사지가 마비돼 병원에 입원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진다는 곳 없고 문의 전화를 할 때마다 다른 곳에 전화를 ‘핑퐁’하더라며 분노한 마음을 청원글에 풀어냈다.
이씨는 20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이 무슨 ‘러시안 룰렛’처럼 운 나쁘면 부작용 당첨돼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것이냐. 부작용이 의심되면 치료비 지원 등 구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해 놓고 접종 독려를 하더라도 해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마비 증세가 온 간호조무사 아내는 접종 전에는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 올 1월 경기도 지역 산부인과 병원에 입사할 때 건강진단서도 냈는데,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AZ 접종을 맞은 뒤 두통 증세를 보이다가 상태가 악화됐다. “정부 말만 믿고 당연히 3~4일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집 사람이 운전을 할 때 사물이 겹쳐보이고 어지러움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편두통이 5~6초에 한 번씩 바늘로 찌르는 느낌으로 오더란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접종 19일만에 팔·다리 마비 증세가 와 병원 입원을 했다.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란 병명이었다.
남편 이씨는 우선 일주일에 400만원씩 나오는 치료비와 간병비가 감당이 안 되더라고 했다. “아이도 키워야 하고 생활을 해야하는데, 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해가고, 누구 하나 피해자를 안심시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질병청에 문의 전화를 하면 고양시청 민원실로 전화를 돌리고, 시청 민원실은 다시 구청 보건소로 ‘핑퐁’하는 일을 일주일 정도 겪었더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 했다. 이러다가 국회 서정숙 의원실 통해 언론 보도가 나가자, 질병청은 19일 브리핑에서 “(간호조무사와) 비슷한 해외 사례가 나온 바 있지만, 아직은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형벌이었다고 했다. 그는 “입원한 뒤 아내가 아예 의식까지 놔버리니 하늘이 노래졌다”면서 “질병청은 입증할 자료를 가져오면 자기들은 인과관계를 심사만 한다고 하는데, 보통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백신과 후유증 인과 관계를 입증하느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접종이 시행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안심하셔도 된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에)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해서 책임지게 된다. 통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 정부가 충분히 보상한다”고 한 바 있다. 이씨는 “나는 솔직히 중도 좌파라 문재인 대통령 찍은 사람인데, 내가 일을 겪어보니 옛날이랑 지금 정부랑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면서 “백신 피해는 누구에게다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럴 거면 대통령은 왜 ‘책임져준다’고 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