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22일 국내 업체가 만든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 2종에 대해 ‘3개월 한시 조건'으로 긴급 사용 승인을 결정했다. 식약처는 이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자가 검사 키트는 일반인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도구다.

식약처는 미국이나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 이미 긴급 사용 승인된 국내 제품들에 대해 긴급 사용을 승인하는 막바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허가 절차를 통해 승인받으려면 약 3개월(80일가량) 걸린다. 식약처가 추진하는 자가 검사 키트 긴급 승인은 화이자 백신을 특례 사용 승인해 우선 사용하고, 이후 정식 허가를 내린 것과 비슷하다.

면봉으로 콧속을 훑은 뒤 면봉을 헹군 시약을 진단 키트에 반응시키면 30분 안팎에서 검사 결과가 나온다. 한 줄이면 코로나 감염 음성, 두 줄이면 양성이다. /오종찬 기자

자가 검사 키트 검사 결과는 검체 채취 후 약 30분 뒤에 나온다. 의료진이 콧구멍에서 기관지로 이어지는 깊숙한 부위(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를 검출, 6시간가량 지나 감염 여부가 나오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보다 결과는 빨리 알 수 있지만 정확성은 떨어진다. 자가 검사 키트가 코로나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 ‘보조 수단’으로 취급되는 이유다.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임신 테스트기와 비슷하다. 정확한 진단은 의료기관·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가 검사 키트를 현장에 긴급 투입하려는 것은 국내 방역망에 잡히지 않은 경증·무증상 감염자들을 찾기 위해서다. 무증상 감염자들을 1~2명이라도 찾아내 감염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영국과 일부 유럽 국가 등에서 이 도구를 사용 중”이라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 일일 감염자 수는 700명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22일 0시 기준 신규 감염자 수는 735명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시설 집단감염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개인 간 접촉 사례가 전체 감염자의 47%(11~17일)를 차지한다. 35%였던 전주(4~10일)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개인 간 감염 사례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집단감염 시설을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의 자가 검사 키트 승인에 이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결정하게 된다. 방역 당국은 이 도구를 코로나 증상이 없는 사람들만 사용하도록 권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무증상 감염자들은 선별 진료소를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약국에서 자가 검사 키트(현재 가격 약 8000원 선)를 사서 1차 검사를 해보고, 양성 판정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발열·몸살 등 코로나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 선별 진료소 등에 가서 PCR 검사를 받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가 검사 키트를 시범·우선적으로 적용할 곳은 노인·장애인 시설 등 주기적으로 PCR 검사를 받는 고위험 집단 시설이나 콜 센터, 기숙사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PCR 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진 피로도를 줄이고, 콧구멍 깊숙한 곳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PCR 검사를 1~2주 간격으로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 어려움 등을 고려했다. 정부는 이 도구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더라도 거리 두기,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은 완화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노래방·PC방 등에서 자가 검사 키트를 구비하도록 하는 방안은 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종은 구매 비용 등에 부담을 가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첫 검사 후 24~36시간 내 재검사를 하면 확진율이 높아지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미 식품의약국(FDA)도 이를 승인했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를 강제로 PCR 검사를 시킬 방법이 없다”며 “자발적 참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 감염자들이 부정확한 자가 검사 키트 결과만 믿고 돌아다니다가 코로나가 더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미국·유럽처럼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오히려 PCR 검사를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자가 검사 키트로 양성이 아닌데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방역 조치 등으로 현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집에서 개인적으로 이 도구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행정 기관이나 집단 시설에서 확대·사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