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방역의 쾌거라고 홍보했던 코로나 백신 접종용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를 만드는 풍림파마텍이 보건 당국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 신축 공장의 생산 설비를 한 달 이상 돌렸다는 의혹이 23일 제기됐다. 이는 전북 군산 새만금산업단지 안에 있는 풍림파마텍 신(新)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무허가 생산'이 맞는다면 의료 기기는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만 생산해야 한다는 법규를 위반한 게 된다. 아울러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술 지원차 인근에 있는 풍림파마텍 본공장을 방문하자 신공장에서 ‘무허가 생산품’을 숨기는 소동도 벌어졌다는 증언도 있었다. LDS 주사기는 약품 잔량을 최소화해 백신 1병당 1~2명을 더 맞힐 수 있다는 제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회사의 본공장을 방문해 “K방역의 우수성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됐다”고 했고, 정부는 이 회사가 생산하는 LDS 주사기를 K방역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내세웠다. 이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의 도움으로 이달부터 미국과 일본 등 20여국에 2억개가량 수출할 예정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풍림파마텍은 지난달 말부터 군산의 신공장에 직원 20여명을 투입해 LDS 주사기 주요 부품들을 하루 20만~30만개씩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비는 24시간 가동됐으며 생산된 주사기 몸통과 피스톤, 바늘 뚜껑, 안전 장치 등은 인근 본공장으로 보내져 완제품으로 조립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 신공장 설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GMP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풍림파마텍 신공장 설비는 미인증 시설이기 때문에 의료 기기를 생산하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 회사처럼 추가 생산을 위해 신규 공장을 지으면 별도로 GMP 인증을 받아야 하고 품질 관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GMP 인증을 갱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판매·제조 금지 처분을 받는다. 또한 작년 3월 착공한 이 회사 신공장 건물은 지자체에서 준공 허가와 사용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풍림파마텍 관계자는 “신공장에는 아직 조립기도 없는데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GMP 인증을 받으려 일부 생산 테스트를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이 회사의 ‘신공장 제품 반출 현황’ 문서를 보면, 부품에 따라 적게는 하루 7만여개, 많게는 40여만개까지 생산됐다. 이 문서에는 시간대별 부품 생산 및 반출 개수, 생산에 사용한 설비의 고유 번호도 기재돼 있다. 또 다른 이 회사 관계자는 본지에 “회사에선 아직 허가가 안 나서 여기서 제품 만든다는 말이 새나가면 안 된다고 수시로 지시했다”고 했다.
풍림파마텍을 상대로 한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22일 이 회사는 신공장 설비 가동은 전면 중단하고 생산·보관 중이던 제품 대부분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23일 풍림파마텍 신공장을 방문해 ‘무허가 생산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풍림파마텍의 LDS 주사기는 정부가 화이자 백신 확보를 위해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수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