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부국(富國)인 미국이 자국 코로나 백신의 ‘지식재산권’을 한시 면제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느 수준까지 면제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허권이 풀려도 우리는 신기술인 mRNA 백신 제조 기술이 부족하다. 기술 이전까지 받아야 우리도 화이자·모더나와 비슷한 백신을 쉽게, 더 빨리 만들 수 있다.
제약사의 의약품·의료 기술 관련 지재권은 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트립스)’에 따라 20년간 고유 특허로 보장된다. 그런데 2000년대 초 비싼 에이즈 치료제의 특허권을 중지하고 값싼 복제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자, 2001년 ‘트립스(TRIPS)와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이 나왔다. 고유 특허권이 보장되는 상황일지라도 개별 국가들이 보건·방역 위기 상황이 오면 강제로 치료제나 백신의 복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강제실시권'이 실제로 시행된 적은 거의 없다. 의약품 특허를 가진 주요 강대국의 무역 제재나 다국적 제약사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지재권 면제를 말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이 자국 백신 특허권을 풀면 미국 백신 복제품을 만들어도 무역 보복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백스가 있다. 이미 국내 일부 제약사 중엔 얀센처럼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개발해 임상 3상을 앞둔 곳이 있어, 얀센 복제품을 만드는 데 무리가 없다.
남은 과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수요가 높은 mRNA 백신의 지재권이 풀리더라도 복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mRNA 백신 제조 기술이 부족하다. 국내에도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들이 있지만,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복제품을 만들 원료를 구하기도 어렵다. 각국의 mRNA 백신 수요가 급증해 올해 물량 공급이 벅차다. 복제품이 완성돼도, 효과·안전성 검증도 필요하다. 백신 지재권이 일부 풀리면 국내 업체 mRNA 백신 기술이 화이자·모더나와 겹치는 기술이 있더라도 특허권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사 기술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화이자·모더나사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지 못하면, 복제품 생산·상용화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방역 당국은 6일 “기술 공개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 상당히 중요한 논제가 남아있다”며 “논의 상황을 보면서 업계와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