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속도전(戰)이 본격 막을 올렸다. 27일 하루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국에서 64만6600명.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지난 4월 30일 30만7000명의 2배 이상이다. 65~74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56만4800명,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접종이 8만1800명이었다.
이날 65~74세 연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 의료기관은 일상생활로 되돌아갈 희망을 갖고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른바 ‘노쇼(no show·예약 부도)’ 대기 예약을 걸었다가 경북 안동병원을 찾아 잔여 백신을 맞은 이모(55)씨는 “올 하반기 외국 출장 계획이 잡혀 있었는데 이번 접종으로 한시름 덜었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 예수병원 백신접종센터에 AZ 백신을 맞으러 온 민응도(73)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인데, 집에서 10여 분을 전동 휠체어 타고 혼자 왔다”면서 “몸이 불편한 사람도 (백신) 맞아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백신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빨리 맞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시 한 내과병원을 찾은 택시 기사 김모(71)씨는 “엄청 아프고 이상할 줄 알았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며 “얼른 2차 접종까지 받고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고 했다. 대전시 유성구 한 이비인후과에서 접종받은 김모(67)씨는 “그동안 백신을 맞지 못해 같은 대전에 사는 딸과 초등생 손주들도 마음 편히 만나지 못했는데, 이젠 편히 만날 수 있겠다”고 했고,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백신을 맞은 강명자(73)씨는 “나라에서 맞으라 하는 건데 뭔 일이 있겠냐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네이버·카카오를 통한 ‘잔여 백신’ 예약 서비스도 시작됐다. 10명 정도 접종 가능한 분량이 든 백신 한 병(바이알)을 연 뒤 ‘노쇼’로 백신이 남을 상황이면, 온라인에서 남은 백신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알려줘 즉시 예약하고 접종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다만 카카오는 한꺼번에 예약 시도가 몰려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노쇼’ 물량이 나오자마자 예약이 쏟아져 종일 대부분 위탁의료기관에서 잔여 백신이 ‘0’으로 표기됐고, “잔여 백신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앱에 잔여백신이 있다고 나와서 예약을 하고 병원을 찾았으나 실제 가보니 백신이 없어 헛걸음을 했다는 항의도 있었다.
접종 행렬이 이어지면서 일선 병·의원에서 접종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 마포 연세외과의원은 이날 “어르신 42명이 예약돼 있었는데, 다 오셨다”면서 “대기 명단에 120명이 있는데 ‘노쇼'가 없어 잔여 백신을 0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6일까지 70~74세 백신 예약률은 70.1%, 65~69세와 60~64세는 각각 65.2%와 55.4%다.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자(403만명)는 인구 대비 7.8%, 2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201만명)은 3.9%를 기록 중이다. 26일 하루 코로나 새 확진자는 629명, 사망자는 3명 늘었다. 26일까지 ‘노쇼’로 발생한 잔여 백신을 예비 명단을 통해 맞은 이들은 6만5172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