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올해 출생아 수가 ’25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2012년 48만5000명 이후 9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2020년 30만명 선이 깨지며 ‘초유의 사태’란 말까지 나왔는데 1년 만에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은 “연도별 출생아 추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코로나 여파 등으로 올해 우리나라 출생아 숫자는 지난해 통계청 잠정치 27만2410명보다 3만명 이상 적은 24만2000명 정도로 나왔다”고 1일 밝혔다. 다만 그 이후 10년간 출생아 감소 폭이 다소 수그러들며 2031년까지 22만~26만명대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간이 인구 위기에 대비할 ‘마지막 10년 기회’란 지적이다.

◇올해 합계출산율 OECD 평균 절반

연구실은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0.84보다 더 낮아져 0.78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OECD 평균(2018년 기준·1.63)이나 이웃 일본(1.42)보다 한참 떨어지고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젊은 층 비혼(非婚) 트렌드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고 코로나 영향으로 혼인을 미루는 분위기가 출산율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10.7% 감소했고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출생아 수는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02~2016년까지 15년 동안 연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771명) 30만명대, 2020년(27만2410명) 20만명대로 내려온 뒤, 올해는 그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신간 ‘인구 미래 공존'에서 “앞으로 10년이 인구 위기에 맞서 비상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완충 지대’”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출생아 수가 급감하지만 2023년 출생아 22만6000명을 저점으로 다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29~35세 여성 숫자가 2019년 207만명에서 2026년 233만명으로 늘기 때문이다. 1991~1997년 사이엔 출생아가 70만명 안팎으로 비교적 많았는데 이들이 아이를 낳는 2020년대 중반부터 인구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일하는 인구, 부산 인구만큼 준다

‘앞으로 10년’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저출산 장기화로 인구 구조가 변하며 25~59세 사이 소위 ‘일하는 인구’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 예측한 바로는 25~59세 연령은 올해 2610만명 수준에서 점차 줄어 2027년에는 전체 인구(내국인 기준) 대비 5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2031년엔 2310만명 정도로 300만명가량 감소한다. 생산·소비·투자에 활발하게 기여하는 경제 주축 세대(25~59세)가 10년 내 부산시 인구(337만명)만큼 준다는 얘기다. 이에 지금은 유아 관련 산업 부문 등 사회 일부 영역에서만 체감하는 ‘인구 절벽’ 현상이 2031년이면 사회 전(全) 분야에서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 연금 개혁 시급”

2030년대 더 큰 ‘인구 쇼크’가 닥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굵직한 개혁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정년 연장이나 연금 개혁은 단기간이 아니라 10~15년에 걸쳐 서서히 완성된다”며 “2030년대 생산가능인구 감소 쇼크에 대비하려면 60세 이상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와 연금 보험료율 인상 논의 같은 개혁 논의를 되도록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에서 인구 1억명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1억 총활약사회’를 만들자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노동력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경단녀’를 최소화하고, 노동시간 선택제와 유연근무 활성화 같은 노동 구조 개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출산율 저하에 기름을 붓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태 교수는 “서울 ‘카피 도시’를 여러 곳 만드는 것보다는 지방 특성을 살리면서 젊은 층 삶의 만족도가 채워지는 특색 있는 지방도시를 육성해 인구를 분산시키는 게 인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