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백신 SNS(네이버·카카오) 등록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전화가 하도 많이 온다고 해서요.”

지난 4일 수도권의 한 내과 의사들 단톡방에 올라온 글이다. “잔여 백신이 네이버·카카오에 등록이 잘 안 되는데,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 개원의가 질문을 남기자, 이 지역 의사들은 “등록하지 마시라”는 답변을 줄줄이 달았다. 잔여 백신을 올리는 순간 ‘전화 폭탄’에 시달려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다는 조언과 함께였다.

방역 당국은 지난 5월 27일부터 ‘노쇼’(예약 부도) 등으로 발생하는 잔여 백신을 신속하게 예약해 접종받을 수 있도록 SNS(네이버·카카오)를 통한 예약 시스템을 개통했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선 이 시스템 활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기도의 한 내과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선 잔여 백신을 SNS에 올린다고 하면 간호사들이 사색이 돼 말린다”고 말했다. 지난 3일 3명분의 잔여 백신이 남아 SNS에 올렸다가 전화 수십 통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병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또 다른 내과 관계자는 “병원 자체 예비 명단에 있는 어르신에게 접종 우선권을 주라는 당국 지침에 따라 명단에 있는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확답받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며 “남는 백신을 SNS에 올리는 순간 병원 진료 시간이 5~10분 남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에 항상 잔여 백신 ‘0’(제로)로만 표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잔여 백신을 버리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SNS에 올리기는 부담스러워 주변 식당·편의점 직원들을 접종시켰다는 병원도 있다. 의료 현장에선 “예약이 확정된 사람만 전화 문의를 하도록 안내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SNS를 통한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이 일선 병·의원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일으키고 이는 결국 국민들 불편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민관 협의체를 통해 개선책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