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인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델타 변이가 대유행 중인 영국은 방역 완화 조치 시점을 21일에서 다음 달 19일로 미뤘다. 독일은 영국발 입국자들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5일 기준 델타 변이 감염자 수가 155명으로 유행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7월부터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률이 30%대라 델타 변이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효과 나오는 영국
델타 변이는 올 초 인도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높은 전염력이나 인체 면역 반응 회피 중 하나의 특징만 보이던 기존 변이와 달리 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二重) 변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인도·영국에서 알파(영국) 변이보다 델타 변이가 전염력·중증도를 더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델타 변이도 기존 백신으로 예방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영국·미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은 접종 완료 후 약 60%, 화이자·모더나는 약 88%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증·병원 입원을 막는 효과는 화이자가 96%, AZ는 92%였다. 영국은 백신 접종 시작일인 작년 12월 8일 확진자 수 2만788명, 사망자 수 435명이었지만, 델타 변이 유행 이후 지난 15일 확진자는 1만94명, 사망자 수는 8명이었다. 백신이 효과를 본다는 얘기다. 다만 1차 접종만으론 효과가 낮은 편이라 2차까지 마쳐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접종을 완료해야 델타 변이에 효과가 있으니, 이 변이 유행에 대비해 11~12주인 AZ 접종 간격을 좁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미접종자 위주 감염 증가세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나온 델타 변이 감염 사례는 대체로 백신 접종 후순위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 층·학생 감염이 많다. 지난 15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이스라엘에선 학생들이 집단감염되고 있다.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제니 해리스 영국 보건안전청장은 “주로 젊은 층에서 (델타 변이가) 증가하며, 이 중 많은 이가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했다. 줄리언 탕 레스터대 교수는 “델타 변이 사례 상당수가 30세 미만 백신 미접종자”라며 “코로나 감염이 학생 등 미성년자에게 집중돼 새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델타 유행 대비 ‘플랜 B’ 필요”
한국은 아직 델타 변이가 급증하진 않지만, 이스라엘·영국 등에 비해 접종률이 낮다. 7월부터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고 아직 50대 이하 국민 다수가 접종받지 않은 상황에서 거리 두기가 완화된다. 젊은 층의 이동과 만남이 많아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2학기엔 학교도 전면 개학하면서 아직 접종이 제한적인 18세 미만 학생들도 모인다. 정은경 청장은 “7~9월 방역과 예방 접종으로 코로나를 적극 통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델타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해 검역 단계부터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며 “화이자가 미국 등에서 12세 이상부터 접종이 가능하도록 승인했으니, 우리도 델타 변이 유행이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12~17세 학생 접종 계획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60∼74세 고령자와 만성 중증 호흡기 질환자 등 6월 AZ 사전 예약자 가운데 물량 부족으로 접종이 밀린 대상자 약 20만명은 다음 달 5일부터 17일까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