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826명 발생했다. 지난 1월 7일 869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오늘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국민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며 힘들게 쌓아온 우리의 방역이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언제라도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일 확진자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400~500명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주 600명대로 상승하더니 29일(794명)부터 이틀 연속 700명대를 기록한 후 이날 800명대까지 치솟았다. 6개월 만에 800명대에 진입했다. 2일도 오후 9시까지 확진자 731명이 발생, 자정까지 800명대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월엔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던 시점에서 기록한 800명대인데 이번엔 올라가는 추세라는 점이다. 더구나 델타(인도형) 변이 확산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고, 사람이 대거 몰리는 여름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하루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시점에서 코로나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두 가지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사적 만남이나 회식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확산세가 심각한 곳은 수도권이다. 1일 국내 지역 감염 765명 중 서울(337명), 경기(260명), 인천(22명) 등 수도권 확진자는 619명(80.9%)에 달했다. 2일도 오후 9시까지 서울(353명), 경기(234명), 인천(16명) 등 603명에 달했다. 최근 확인되는 국내 델타 변이 감염 사례도 9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을 몇 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 지수’는 최근 일주일간 1.2를 돌파했다. 일 확진자 2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본부장은 “최근 수도권에서 젊은 연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주점을 중심으로 전파가 증가하고 이후 비수도권으로 전파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이 번지는데… 백신접종 하루 85만명서 4000명대로
일 확진자가 800명대를 돌파하면서 방역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울에선 하루 확진자가 나흘 연속 300명을 돌파하는 등 유행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확산세를 꺾기 위해선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지만 수급 문제로 추가 1차 접종은 이달 말 본격 재개되는 등 난국에 빠진 환경이다.
◇민노총 “3일 집회 강행”... 방역 비상
수도권은 1일부터 사적 모임을 6인까지 허용하고 유흥업소 영업금지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확산세가 커지자 계획을 일주일 연기했다. 그런데 그 뒤 확진자가 급증, 이젠 완화가 아니라 강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 일주일(6월 25일~7월 1일) 수도권 일평균 확진자는 509명. 새 거리 두기 체계하에서도 3단계(수도권 500명 이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이 경우 사적 모임은 4인까지 허용되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도 10시로 제한된다.
3일 예정된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는 방역 당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대 1만명까지 모일 것으로 보이는 이 행사에 대해 경찰청이 “가용 경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집결 자체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칫 대규모 감염 ‘화약고’가 될 수 있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서도 델타 변이 확산 본격화
전파력이 알파(영국형) 변이의 1.6배에 달하는 델타(인도형) 변이는 폭발력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에선 263명이 델타 변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과 감염 경로가 같은 96명을 더하면 델타 변이 감염 추정 인원은 359명. 여기에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홍대 원어민 강사 집단감염 확진자 245명까지 더하면 델타 변이 감염자는 6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주일 만에 약 2.3배가 된 셈이다. 방역 당국은 “델타 변이 전파력을 볼 때 앞으로 수도권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더욱이 홍대 집단감염 사례에서 부산, 대전 등 비수도권으로 추가 전파가 이뤄진 정황이 확인되며 델타 변이의 전국 확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검역 시스템에도 비상이 걸렸다. 1일 확진자 중 해외 유입 사례는 61명으로 지난해 7월 25일(86명) 이후 거의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61명 중 절반 가까운 27명은 최근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입됐다. 당국은 지난달 29일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등 델타 변이 유행 국가들을 ‘해외 예방 접종 완료자 입국 시 자가 격리 면제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영국⋅러시아 등 델타 변이 유행국을 포함한 모든 해외 입국자들에 대해 자가 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백신 맞고 싶어도 물량이 없다
전문가들은 방역 긴장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확산세를 막으려면 청·장년층 백신 접종을 한시라도 앞당겨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60대 미만 접종 공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백신 물량 부족으로 정부가 2차 접종에 주력하면서, 지난달 7일 하루 85만5000여명에 달했던 1차 신규 접종자 수는 지난 1일 4043명으로 급감한 상태다. 2차 접종자는 이날 8만6635명이었다. 50대 접종은 이달 26일 시작되며, 40대 이하는 8월 말 이후에야 본격 시작된다. 접종 후 면역이 형성되는 데 필요한 기간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한 달 이상 백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 백신은 2회까지 접종 완료해야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차 접종만 마쳐서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차까지(얀센은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 인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지금처럼 느슨한 거리 두기와 더딘 백신 접종이 지속되면 8월엔 국내에도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75세 이상 접종 직접 예약
방역 당국은 또 “앞으로 75세 이상 어르신과 노인시설 예방 접종 대상자는 지자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예약해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4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지자체가 75세 이상 중 접종 대상자를 직접 조사해 예방 접종 센터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도왔으나, 오는 8일부터는 본인이나 가족이 개별적으로 온라인 예약을 한 뒤 접종하는 방식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