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도 폐쇄 - 서울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확산되자 자치구들이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9일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음식점 밀집 지역 안에 있는 방잇골공원을 폐쇄하고 있다. 송파구는 이날부터 유흥시설과 다중이용시설 주변 공원 4곳의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코로나 4차 대유행은 ‘델타(인도형) 변이 확산’ ’20~50대 백신 접종 부족' 등이 기폭제가 돼 크게 확산됐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섣부른 방역 완화 등 정부의 오판과 안이한 방역 정책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1년 반 가까이 코로나 사태가 지속하는 동안 유행 국면은 4차례 있었다. 그런데 이때마다 국민의 방역 의식을 흐리게 하는 잘못된 메시지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4차례 대유행은 정부 스스로 야기한 인재(人災)”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자영업자의 생계 고통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일궈낸 방역 성과를 ‘K방역’으로 포장해 자화자찬 소재로 삼았다”고 했다.

◇반복되는 ‘자화자찬→대유행’

4차 대유행 직전인 6월 하순 방역 상황은 여러모로 불안했다. 300~400명이던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로 늘어난 반면 하루 100만명 가까이 되던 백신 접종은 1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백신 접종자는 세계 20위권”이라 자화자찬하고, 거리 두기 개편 등 방역 완화 방침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요 선진국들이 한국 방역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보름 만에 확진자가 1000명을 넘으며 4차 대유행이 본격화했다. 문 대통령은 7일 “방역 지침을 위반하면 무관용 원칙을 강력히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정부 실책은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뜻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 대유행 전 빠짐없이 등장한 K방역 자화자찬

정부가 방역 성과를 생색내면 어김없이 대유행으로 이어진 건 1~3차 유행 때도 판박이였다. 작년 2월 1차 대유행 직전 감염병 전문가들은 “중국인 입국을 막아 1차 유입부터 철저히 막아야 한다”며 ‘감염원 차단’이라는 방역 기본 원칙에 충실하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불과 1~2주 뒤에 1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작년 8월 2차 유행 직전에는 상품권 뿌리기, 여행 장려 캠페인이 정부 주도로 벌어졌다. 8월 17일(월)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3일 연휴를 만들고, 문 대통령은 “한국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 됐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런데 이 발언 사흘 뒤 2차 유행이 본격화했다. 당시 정부는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 참석자들을 ‘살인자’라며 책임을 돌렸다.

3차 대유행 직전에도 어김없이 K방역 자랑이 등장했다. “K방역이 국격을 높이고 있다”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세계가 찬사”라는 말이 정부 내에서 흘러나왔다. “겨울철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생활 방역’이라며 오히려 소비 캠페인 재개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한 사흘 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수도권 대유행에 대비해 ‘1만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경고가 무시되면서 국민 수백 명이 병상 부족 사태로 숨졌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며 지켜낸 방역 성과를 정치가 오염시킨 것”이라고 했다.

◇1~4차 대유행, 정부부터 방역 해이

이번 4차 대유행은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된 이후라는 점에서 지난 세 차례 대유행과 차이가 있다. 정부가 최근 각종 방역 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백신 1차 접종이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줄자 방역 해이감은 이번에도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델타 변이가 빠르게 번지고, 확진자가 늘고, 백신 접종은 10만명대로 급감했지만 정부는 ‘백신을 1차만 접종해도 7월부터 야외 노마스크’ ‘새로운 거리 두기 개편을 통한 방역 완화’ 방침을 지속적으로 흘렸다.

영국·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나라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 같은 경고는 무시됐다. 세계 각국이 다시 방역을 조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오히려 방역 완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국민의 일상은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백신 공급에 실패한 정부가 20~30대에게 방역 실패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섣부른 방역 완화가 소상공인·국민 희생을 강요하는 4차 대유행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