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한 식당 관계자들이 텅빈 거리에 앉아있다. 2021. 7. 12 / 장련성 기자

12일까지 7일 연속 코로나 일 확진자가 1000명대를 돌파하면서 4차 대유행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확산 불길을 막아야 하는 정부는 이날 50대 대상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 과정에서 ‘사이트 마비' 사태를 되풀이하면서 ‘아마추어 방역 행정‘이란 비판을 또 받았다. 지난해부터 주요 고비마다 ‘방역을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정부 기본 업무마저 소홀히 하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예약 첫날'마다 사이트 마비

백신 온라인 예약 접종을 하면서 국민이 애먹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5월 70~74세 접종 예약 첫날, 6월 1일 얀센 백신 예약 때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8일 유치원·어린이집·초등 교사 화이자 백신 예약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홍원기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대학에서도 접속자가 일시 폭증하는 수강 신청 기간엔 임시로 외부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빌려 과부하를 막는다”면서 “접속 수요가 증가할 것이 뻔히 예상된 상황에서 서버를 추가 확보하거나 클라우드를 활용할 생각도 못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병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다른 정부 부처 서버를 잠시 빌리면 되는데 왜 아무런 대책을 안 세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방역의 민낯

예약을 자정에 시작하는 것도 행정 편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청은 “백신 예약 사이트는 의료 기관이 이용하는 백신 접종 관리 시스템과 연동돼 있어 낮에 접속자가 몰려 과부하가 생기면 의료 기관들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어떤 형태든 국민 불편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질병청뿐 아니라 교육부도 2년째 원격 수업 개학일마다 서버 장애로 학부모·학생 항의를 받았다. 단지 한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술집 야외 테이블이 손님 없이 텅 빈 모습이다. 2021. 7. 12 / 장련성 기자

◇선별 진료소·검사 키트 부족

온라인만 아니라 오프라인 대응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부터 수도권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역학조사 요원과 진단 검사 키트가 모자라 대기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 6~7일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방문자 모두에게 코로나 검사를 다 받으라는 안내가 나갔지만, 일대 진료소는 검사 키트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 시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 키트가 없어 검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5~6월 이후 대규모 백신 접종에 돌입했을 때도 방역 당국은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활용하면 잔여 백신으로 더 많은 사람이 맞을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정작 일선 의원들에 LDS 주사기가 제대로 공급이 되질 않아 엇박자가 난 바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확산 초기 불거졌던 ‘마스크 대란'도 양상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일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지둥 땜질하는 ‘뒷북 행정’이 도마에 올랐는데 1년 넘어서도 비슷한 실책이 꼬리를 물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마스크 대란 때도 ‘공급량이 충분해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게 이 정부”라면서 “아마추어 방역 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6명에서 2명으로… 한 음식점,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 코로나 확진자 상황에 따라 방역 지침이 변경될 때마다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이 안내판을 수정한 모습. 맨 왼쪽은 지난 6월 28일 찍은 것으로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사적 모임이 6명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하는 모습. 가운데는 6월 30일 사진으로 7월 1일 시행할 예정이던 새 사회적 거리 두기 적용 시점을 1주일 연기한다는 방침에 따라‘6인까지 모일 수 있다’는 기존 안내를 수정하는 모습. 7월 12일 찍은 오른쪽 사진은 수도권에 적용된 4단계 방역 지침에 따라 오후 6시 이후에는 인원을 2명까지로 제한한다고 안내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방역 리더십이 더 문제”

시스템도 허술하지만 ‘방역 리더십'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대유행 조짐이 보였지만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면서 “무리하게 방역 완화를 강행하다 대유행을 초래한 것”이라고 했다. 질병청 사정에 밝은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역을 완화하겠다고 했을 때 질병청은 위험이 있다고 반대했지만 정부 윗선에서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공적처럼 내세우는 이른바 ‘3T(검사-추적­-치료·격리)’ 역시 국민 불편과 희생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비판도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