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대유행’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자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차례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도 비수도권 사적 모임을 4명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르면 18일 발표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현재 비수도권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4명, 6명, 8명 등 지역마다 달라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이를 4명까지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세종·전북·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새 거리 두기 2단계 이상을 적용하고 있다.
김 총리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저녁 6시 이후에는 모임 인원을 추가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선 수도권처럼 사적 모임을 2인까지 제한하는 4단계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수도권 확진자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200명 선을 유지했으나 지난 10일(316명) 1월 초 이후 반년 만에 300명대로 올라섰고, 14일에는 457명까지 치솟았다. 15일에도 밤 9시까지 확진자 1329명 중 비수도권에서 343명(25.8%)이 발생했다.
지자체들도 앞다퉈 방역 조치를 상향하고 있다. 부산은 19일부터 25일까지 단란주점, 클럽,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과 콜라텍, 홀덤펍, 노래연습장 등 일부 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제주는 지난 12일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1주일 만인 19일부터 3단계로 한 단계 더 높이기로 했다. 15일부터는 유흥시설 집합 금지도 내린 상태다. 김해와 강릉도 각각 16, 17일부터 거리 두기 3단계(사적 모임 4명까지)를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휴가지 연쇄감염 우려… 부산 코인노래방까지 영업금지
16일 정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뒤편 ‘코로나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땡볕에도 불구하고 30~40m 긴 줄이 늘어섰다. 부산시 담당자는 “평소보다 줄이 2~3배 길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이날 오후 개설된 해운대역 임시 선별검사소에도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부산에서 유흥주점발(發) 등 연쇄 감염이 확산하자 불안감에 검사를 자청한 사람들이다. 부산시는 이날 지역 유흥업소와 노래연습장 등에 대해 19일부터 25일까지 1주일간 집합금지 명령이란 초강수 방역 조치를 단행했다.
◇비수도권 감염 확산 비상
수도권을 넘어 부산·경남 지역 등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부산과 인근 경남 김해와 창원시까지 유흥주점 관련 코로나 연쇄 감염이 퍼지고 있다. 여기에 여름휴가철이 겹치면서 부산·강원·제주 등 인기 관광지 지자체들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 유흥업소와 노래연습장발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지난 15일까지 부산진구 부전동 G유흥주점 50명 등 모두 204명(유흥업소 165명, 노래연습장 39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유흥주점이나 노래연습장 등은 지하에 있거나 방음을 위해 창문도 없다”며 “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딪쳐 가며 가무(歌舞)를 즐기는 밀접·밀집·밀폐 등 전형적인 3밀(密) 상황이라 구조적으로 연쇄 감염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밝혔다. 규모 면에서는 37일간 총 481명 관련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3~4월 상황과 비슷하지만, 20~30대 젊은 층이 67.8%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30대는 활동이 왕성해 접촉자도 많아 연쇄 감염 우려가 더 크다.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부산시가 ’24시간 영업 금지' 초강수를 둔 이유다. 방역 당국은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들이 휴가철 피서지인 해운대나 번화가인 서면 등에서 많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클럽이나 유흥주점 등에서 최근 무더기 감염 사례가 잇따른 경남 창원과 김해시도 방역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김해는 지난 8일 첫 환자가 나온 베트남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가 132명에 이르는 등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82개 해수욕장이 모두 개장해 피서객이 몰려드는 강원도 동해안 시·군은 긴장하고 있다. 도내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강릉시는 17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다. 수도권 풍선 효과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강릉에선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5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28명(51.6%)이 20대다.
제주도는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일주일간 제주도 확진자는 100명으로, 하루 평균 14.28명을 기록했다. 제주도 담당자는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방역 조치가 느슨한 틈을 이용한 ‘원정 유흥객’들까지 고려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집단감염과 관련해선 8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115명으로 늘었다.
◇확진자 4명 중 1명 비수도권
16일 방역 당국은 “수도권은 확산세가 비교적 ‘정체 상태’인 반면 비수도권은 확진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방역이 느슨한 비수도권에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1주일간 비수도권 확진자는 일평균 345.9명. 직전 주(169.8명)의 2배다. 전체 확진자 중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25.9%로 직전 주(18.6%)보다 커졌다.
7월 말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비수도권 주민 이동량도 증가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지난 13일 비수도권 주민의 이동량은 1510만건으로 1주일 전인 지난 6일보다 9.0%(125만건) 증가했다. 반면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수도권은 주민 이동량이 13일 1646만건으로 지난 6일보다 11.0%(203만건) 줄었다.
비수도권 확진자 급증으로 충청권(95.2%)과 경북권(85.0%), 경남권(77.6%) 등 일부 지역의 생활치료센터는 가동률이 전국 평균치(69.9%)를 크게 웃돌고 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일명 ‘깜깜이’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1만6499명 중 32.2%(5308명)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만 4단계로 격상했을 때 풍선 효과로 비수도권에서 저녁 약속과 술 모임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 비수도권도 3·4단계로 격상하고 유흥시설 집합금지, 저녁 9시 영업시간 제한 등 추가 규제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