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4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 예약에서 또 ‘먹통'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십만 명이 밤 늦도록 불편을 겪었다. 앞서 12일과 14일 55~59세 접종 사전 예약에서도 수 시간 동안 사이트가 멈춘 바 있는데 세 번 연속 같은 실책이 되풀이된 것이다.
19일 오후 8시 질병관리청 예방 접종 예약 사이트에는 접종 날짜를 잡으려는 53~54세 30만여 명이 동시에 몰리며 서버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접속 대기만 수백 분이 걸리고, 대기 중 ‘연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 창으로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질병청은 이날 낮 12시~오후 2시, 오후 6~8시 등 4시간 동안 “예약에 미리 대비한다”면서 사이트를 일시 중단하고 서버를 점검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질병청은 8시 50분쯤 예약을 중단하고, 긴급 서버 증설 작업에 들어갔다. 오후 10시부터 예약이 재개됐지만 접속 예상 대기 시간으로 ’18시간40분56초'가 안내되는 등 불편이 이어졌다. 한 50대 시민은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라며 “앞으로 있을 20~40대 접종 예약은 또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오는 이뿐 아니다. 지난주 들어왔어야 했던 모더나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모더나 접종 대상자 50대 일부가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되는 등 정부 접종 계획은 다시 꼬이게 됐다. 접종 일정도 7월 26일~8월 25일에서 3일 연장한 7월 26일~8월 28일로 변경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7월 셋째 주(12~18일) 들어오기로 했던 모더나 백신 물량이 품질 검사나 배송 문제로 7월 마지막 주(25~31일)로 미뤄졌다”며 “백신 공급 일정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백신을 맞히기 위해 50대 연령층 접종에 모더나 외 화이자 백신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백신은 1주일 단위로 100만회분 안팎이 들어오고 있다. 이날 기준 남아있는 물량은 모더나 80만6000회분, 화이자 185만4200회분이다. 55~59세 352만명에 대한 모더나 접종은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데, 지난주 공급 예정이던 물량이 연기되면서 궁여지책으로 다소 물량 여유가 있는 화이자 백신을 끌어 쓰기로 한 것이다. 정 청장은 “당초 알고 있던 백신(모더나)이 아니라 다른 백신(화이자)을 맞게 된 점은 송구하다”면서도 “7~8월 들어오는 모더나 백신 총량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시기가 늦어질 뿐 물량은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50대 백신 접종 일정은 당초 55~59세 7월 26일~8월 25일, 50~54세 8월 16~25일에서 모두 8월 28일까지로 3일 연장됐다. 정 청장은 “8월은 (50대 모더나 1차 접종과) 60~74세를 대상으로 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2차 접종 시기가 맞물리는 상황”이라며 “위탁 의료 기관 접종 역량을 분산할 필요가 있고, 8월 16일 대체 휴일 영향을 고려해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AZ 2차 접종 시기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8월 중순 접종이 몰릴 것이 예상됐던 상황임에도 접종 계획을 서둘러 짜면서 이런 소동이 벌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 불똥은 대기업 사업장으로도 튀었다. 27일부터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 사업장 인원 40만명에 대해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데 당초 이들은 모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모더나 수급 문제로 사업장 접종 백신이 화이자로 바뀌게 되면서 현장 작업 일정이 혼선을 빚게 됐다. 모더나는 1차 접종 4주 후 2차 접종을 하지만, 화이자는 3주 후다. 그 결과, 이 기업들은 모더나 접종 간격에 맞춰 ‘백신 휴가제’까지 고려해 현장 작업 순번을 미리 짜놓았는데 갑자기 화이자로 바뀌면서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19일 밤 차질을 빚은 53~54세 국민 접종 예약은 20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20일 오후 8시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는 50~52세 국민 예약이 이뤄지고, 21일 오후 8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는 모든 50대가 접종 예약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