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8일 24시까지 2주 더 연장한다고 23일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4단계를 바짝하면 2주 내로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더 늘어나자 다시 4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 방역 상황을 오판해 거리두기로 국민을 희망고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2주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중대본은 “현재 감염양상과 방역여건을 고려하였을 때 수도권 유행 확산 속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1000명 내외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감소세로 반전되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체계를 유지하며, 유행상황의 관찰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4단계 조치를 통해 수도권 일 평균 환자를 3단계 기준인 500~1000명 미만 이내로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 후 10여 일이 경과한 시점으로, 기간이 짧아 거리두기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차 유행 당시에는 수도권에 2.5단계 조치 이후 3주 뒤, 서울시에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내린 뒤 1주 후 유행이 감소했다는 게 중대본의 설명이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거리두기의 억제력이 불충분할 가능성도 있다고 중대본은 밝혔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이달 들어 30.8%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델타 변이 검출률도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대본은 “7월 말부터 시작되는 50대 이하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의 유행 차단 효과는 8월 하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백신 효과도 내달 말은 되어야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대본은 이번 4단계 2주 연장에 대해 “지자체에 의견수렴한 결과 수도권 지자체 모두 현재 4단계 조치의 연장 필요성에 공감하며, 추가적인 방역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활방역위원회(7월21일)에서도 방역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하여 수도권 4단계 조치 연장에 동의하였고,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비수도권의 방역 대응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거듭 지적해왔다. 특히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2주만 더 참아달라”면서 재차 거리두기를 반복해 연장하는 건 국민의 인내심을 더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처음부터 유행 상황, 거리두기가 필요한 기간 등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야 하는데, 매번 ‘2주만 더'를 말하며 국민을 희망고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는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에 더해 추가 대책을 내놨다. 중대본은 “8월까지는 휴가를 최대한 연기하거나, 장거리 여행·이동을 자제하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공동으로 집중적인 홍보·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풋살, 야구 등 경기 구성을 위한 ‘최소 인원이 필요한 스포츠 경기’에 대해서는 사적모임 예외로 적용 중이었으나 향후 2주간은 4단계 취지에 맞춰 예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4단계 조치에도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공무, 기업의 필수 경영에 필요한 행사도 숙박을 동반하는 행사는 금지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워크숍, 간담회 등 일회성 행사가 이에 해당되며, 교육‧훈련은 행사가 아니므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의 출입명부 관리(안심콜·QR코드) 의무화 적용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그간 대형유통매장은 지속적인 마스크 착용이 가능하고, 출입명부 작성에 따른 출입구 혼잡도를 우려하여 출입명부를 의무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타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 확진자 발생 시 빠른 역학조사 등을 위해 출입명부 관리 의무화 적용 등 대형유통매장의 방역강화 방안을 관련 업계와 논의하며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박람회 개최 시 부스 내 상주인력은 PCR 검사 후 음성확인자만 출입하도록 하고, 인원은 제한(2명 이내)하며, 예약제로 운영하도록 수칙을 강화했다.

정부는 또 “국제회의산업법’상 국제회의 이외의 학술행사의 경우, 비대면으로 개최하되, 비대면 학술행사 준비를 위한 현장참여는 최대 49명(행사진행인력 및 종사자 제외)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국제회의산업법 제2조제1호에 언급된 “국제회의”란 상당수의 외국인이 참가하는 회의(세미나‧토론회‧전시회 등을 포함한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와 규모에 해당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이번 4단계 조치에서 결혼식과 장례식 참석 제한은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현재 4단계에서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만 허용(최대 49명까지)하고 있으나, 국민의 일상생활의 불편 등을 고려하여 친족과 관계없이 최대 49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