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50대 이하 접종 계획이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정부는 “차질이 없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주도권은 제약사가 쥐고 있기 때문에 제때 공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큰 고비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불안했던 ‘모더나’ 공급… 결국 차질
정부가 모더나와 계약한 백신 물량은 4000만회분(2000만명분)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를 하는 사진까지 공개하며 “모더나 백신을 내년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했다”고 홍보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을 들인 결과”라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모더나가 화이자와 달리 규모가 크지 않은 벤처 제약사라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실제 모더나는 2분기가 끝나가던 6월에서야 11만2000회분을 국내에 공급했지만 전체 계약 물량 중 0.28%에 지나지 않는 규모였다. 이번 달 들어 추가로 들어온 물량도 104만회분에 불과하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자사 공장에서 직접 백신을 생산하는 화이자와 달리 모더나는 상당 부분 하청 업체를 통해 생산된다”며 “생산 능력에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최근 미국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적극 맞히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가 자국 물량을 우선 배정하느라 수출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모더나에서 문제가 있다고 통보를 받은 건 지난 23일이다. 매일 코로나 조치를 발표하는데 이 문제는 3일 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뒤늦게 “주말 동안 외교력을 동원해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다각도로 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국민 수천만 명 접종 일정이 꼬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제때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이날 관련 내용을 공개한 방식도 브리핑 중 나온 질문에 실무자가 답하는 과정을 빌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입 차질 물량 규모에 대해 이번에도 ‘비밀 유지 협약’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모더나가 공급 계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서 대해서도 “계약상 공급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계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국민들에게 알렸던 백신 공급 일정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겸허하게 설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방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도미노' 접종 연기로 집단 면역 흔들
모더나 공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3분기 접종 계획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AZ) 등 다른 백신으로 교차 접종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화이자나 AZ를 1차로 맞고 다른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는 건 연구가 많이 이뤄졌으나, 모더나를 1차로 사용한 교차 접종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모더나가 공급 차질을 빚자 정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공급이 이뤄지는 화이자를 끌어 쓰는 방법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당초 정부는 50대 접종에는 모더나만 쓰기로 했다. 하지만 공급에 차질을 빚자 이번 주부터 시작한 55~59세 접종에 수도권은 화이자, 비수도권은 모더나를 쓰기로 했다. 미정으로 남겨뒀던 8월 첫째 주 사용 백신은 ‘지역과 상관없이 모두 화이자를 맞힌다’고 했다. 화이자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모더나 공급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40대 이하 접종 때 백신 부족 현상이 다시 닥칠 수 있는 구조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백신 선구매를 서둘렀다면 다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난 5월 모더나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수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안으로 모더나 백신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도 “(백신) 시제품이 8월 말이나 9월 초쯤에 나온다고 한다”며 “시제품을 만들어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해서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로 공급될 물량이나 시기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