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더나사(社)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백신 국내 공급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작년말 모더나 백신 국내 공급을 대통령 성과로 크게 자랑했던 정부의 홍보가 온라인상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박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지원팀장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모더나 백신의 7~8월 공급 일정과 관련해 “모더나 측에서 지난 23일 오후에 ‘생산 관련 이슈가 있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에 저희는 사실관계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 수시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등 행정적,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분노 댓글 줄이어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는 들끓었다. MLB파크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제일 많이 듣는 말 ‘사실관계 파악중’” “사태는 정부가 모더나 기업 생산 역량도 안 알아본 것에서 비롯됐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에프엠코리아에서도 “대국민 사기극” “유머 아니냐” 등의 글이 줄을 이었고,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는 과격한 댓글도 많이 달렸다.
특히 네티즌들은 정부가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모더나 CEO 상대 화상 통화 장면까지 공개한 대목을 집중 비판했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사진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모더나 백신을 내년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총 4000만회분”이라고 홍보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을 들인 결과”라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모더나는 2분기가 끝나가던 6월에서야 11만2000회분을 국내에 공급했지만 전체 계약 물량 중 0.28%에 지나지 않는 규모였다. 이번 달 들어 추가로 들어온 물량도 104만회분에 불과했고, 그나마 앞으로는 차질을 빚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정부가 공개한 것이다. 온라인에는 “사기” “수천만회분 다 어디갔냐” “(대통령과 모더나 CEO간) 통화 내용 전문 공개하라” 등의 분노성 댓글도 쏟아졌다. 정부 두둔 댓글을 단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중국 백신인) 시노팜이나 맞으라” 등 독설도 올라오는 상황이다.
◇애초 정부 “합의했다”했지만, 모더나는 “논의 중”
실제로 모더나 국내 공급은 정부 발표 직후부터 의문을 낳아왔다. 청와대는 백신 공급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모더나 쪽 발표는 “한국 정부와 논의 중”이란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한국 정부 발표와 거의 동시에 나온 모더나 보도자료는 제목부터가 ‘한국에 4000만 도스(dose·1회 접종분)의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의 논의를 확인한다(confirms discussions)’는 것이었다. 자료에서 모더나는 “한국 정부와 잠재적으로(potentially) 4000만 도스 또는 그 이상의 모더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논의 중이란 점을 확인한다”며 “제안된 합의(proposed agreement)에 따르면 배포는 2021년 2분기에 시작될 수 있을 것(would begin)”이라고 했다.
이는 모더나와 다른 나라 간 계약·합의때와는 차이가 있다. 모더나는 작년 8월 “미국 정부와의 초기 1억 도스 공급 합의를 발표한다(announces supply agreement)”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모더나는 “미국 정부가 1억 도스를 확보했다(has secured)고 발표한다”는 표현을 썼다. 한국에 대한 보도자료엔 “확보”란 표현이 없다.
작년 11월 영국 정부와 백신 공급에 합의했을 때도 모더나는 “영국 정부와의 공급 합의를 발표한다”고 했다. “영국 규제 당국이 사용을 승인하면 2021년 3월부터 공급을 시작한다”는 구체적 문구도 보도자료에 있었다. 지난 14일 싱가포르와 백신 공급에 합의했을 때는 “싱가포르 보건부와 계약을 맺었다(concluded an agreement)”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