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올해 5~6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증·사망자의 93.5%는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살 수 있었던 이들이 숨진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정부는 “그런 문제 제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망자가 300배 많은 미국 정부 책임은 300배 더 많은 것이냐”고도 했다.

3일 서울 정부청사에서는 코로나 대응 정례브리핑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취재진이 ‘올해 5~6월 위중증 사망자 93.5%는 백신 미접종자’라는 전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발표를 거론하면서 “이분들(사망자 중 백신 미접종자)이 접종을 받았다면 경하게 앓거나 사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냐”며 “이분들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면 예방 가능한 피해였을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또 “최근 아직 접종 순서가 오지 않은 젊은 층에서 위중증 환자 비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접종 기회를 아직 얻지 못한 분들이 중증·사망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고 피해를 입는 상황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수급이 원활치 않아 접종 속도가 더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오히려 그 같은 문제 제기를 폄훼하는 답변을 내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상황에서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성에 대한 문제들을 거론하는 것은, 함께 봐야 될 요인들도 많고, 미래에 대한 방역 체계의 전개와 어떻게 코로나를 막아낼 것인가의 부분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3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대상자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광주 북구

또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사망을 줄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백신을 늦게 공급한 정부의 책임은 회피하는 모순적 논리도 폈다. 손 반장은 “예방 가능한 피해는 가정을 통한 설명으로 쉽지 않다”며 “가정을 하기 시작하면 접종에 대한 문제, 방역 수칙에 대한 문제, 환경에 대한 문제 등등 여러 가지들을 따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사망자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 통계)들을 분석해드리는 것은 사후에 예방 가능한 부분들에 대한 게 아니다”며 “예방 접종을 통해서 감염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위중증과 사망을 낮추는 효과들이 분명히 입증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말로는 책임을 ‘무겁게 간직한다’ ‘노력한다’고 하면서도, 미국과 비교하며 자신들이 잘했다는 취지로 도리어 역정을 내기도 했다. 손 반장은 “접종속도에 대한 책임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책임 문제는)정부 입장에서 항상 무겁게 간직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치명률은 1.04%를 유지하고 있고, 지금까지 사망하신 분들은 2104명이었다. 미국은 현재까지 60만 7000여명 정도가 사망했고, 치명률은 1.8%다”며 “(미국은)우리나라보다 300배 이상의 사망자들이 발생했지만 미국 정부가 한국보다 300배 정도 (책임이)많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책임성의 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앞으로 어떻게 해서 이러한 사례들을 줄일 수 있는지 여러 가지 방안들을 함께 고민할 부분”이라며 “접종 기회가 왔을 때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백신 공급 부족으로 접종 예약 사이트가 먹통이 될 정도로 희망자가 몰리고 있음에도, 마치 우리 국민들이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라는 식이었다.

한편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1차 접종자 기준 1990만명을 넘어섰다. 방역 당국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 백신 누적 접종자는 1994만7507명으로 전체 인구의 38.8%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18만2557명은 2차 접종을 완료해 전체 인구의 14%가 접종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