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논의하고 있는 선진국들에게 적어도 9월까지는 접종을 유예해달라고 촉구했다. 백신이 ‘없어서 못 맞는’ 나라가 많은 상황인 만큼, 고소득 국가들은 꼭 필요한 만큼만 맞고 나머지는 백신 부족 국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에서다. 미국은 곧바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4일(현지 시각)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9월 전까지 선진국들이 부스터샷 접종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델타 변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의 염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이미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한 일부 국가들이 3차 접종까지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WHO가 부스터샷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백신 접종률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대다수가 성인 50% 이상이 2차 접종까지 끝냈다.
반면 1인당 GDP가 1000달러를 넘지 않는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나 감비아는 각각 0.2%와 0.5%의 성인만 접종을 받았다. 한국도 접종완료율(아워월드데이터 4일자 기준)이 14.1% 수준으로, 일본(30.7%)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이상 20.3%), 아르헨티나(14.6) 등 중남미 국가에도 못미친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0억회분 이상의 백신이 투여됐고, 이 중 80% 이상이 세계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중상위 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며 “고소득 국가가 가진 백신 대부분을 빈국으로 가게 하는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한 달 뒤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 회의를 언급하며 “코로나 대유행의 진로가 G20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것과 미국 내에서 3차 접종을 하는 게 상충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식품의약국(FDA)이 부스터샷을 권고하기로 결정하면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며 “(가난한 나라에 공급하는 것도) 동시에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 1일부터 60세 이상 노인에 한해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다. 영국과 독일도 9월부터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하기로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