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백신 확보 실패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백신 1차 접종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접종률은 가짜 접종률”이며 “1차 접종률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문재인 대통령의 극찬을 받았던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2018~2019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을 지낸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지난달 프레시안에 ‘1차 접종률은 가짜 접종률…언론은 백신 접종률 낮다고 보도해야’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안 센터장은 칼럼에서 “1차 접종률을 ‘백신 접종률’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 즉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상당하다’는 착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삼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파동 등이 벌어지던 2016년 9월 안 센터장을 “최고의 환경·보건전문기자”로 페이스북에서 소개한 바 있다. 안 센터장은 2004년까지 한겨레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조선닷컴은 11일 안 센터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도 청와대와 언론의 ‘1차 접종률 강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정부나 언론이 백신을 많이 맞았다는 초점을 2차 접종이 아닌 1차 접종에 두고, 그걸 홍보하거나 보도할 경우, 국민들에게 코로나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많다고 잘못 각인시켜 방역 심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백신 접종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40% 이상의 국민들이 1차 접종을 끝냈고, 추석 전 36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고, 여러 언론이 이 발언을 기사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안 센터장은 “추석 전까지 대다수 국민이 접종 완료되는 것처럼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위험 소통의 방식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참모들이 정확하게 1차, 2차를 구분해서 보고했어야 했다”며 “참모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2차 접종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조직이나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은 유리하게 바꾸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지만, 그게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며 “자기들이 불리하고 어렵고 힘들더라도 있는대로 보여주고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2차 접종률이 1차 접종률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항체 형성 측면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이 제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 번만 맞으면 예방효과는 각각 32.9%, 33.2%이지만, 2차까지 맞으면 각각 예방률이 95%와 81.5%로 올라간다. 델타형 변이에 대해서도 화이자 백신은 87.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9.8%로 예방이 가능하다.

안 센터장은 ‘정부가 2차 접종분을 1차 접종분으로 돌려막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1차 접종도 예방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신 접종 방역의 초점은 오롯이 2차 접종 또는 접종 완료에 모아져야 한다. 2차 접종까지 마쳐야 진짜 백신 접종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