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백신 접종이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돌파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의 효력이 6개월~1년 정도 추정돼 접종 완료 후 6개월 지난 사람이 늘어나는 다음 달부터 돌파 감염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고령층이 몰린 감염 취약 시설에서 잇따라 돌파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부산 요양병원에 이어 12일에도 제주도 제주시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이용자 14명과 종사자 3명 등 17명이 확진됐다. 이 중 16명은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맞았고, 1명만 미접종자였다. 이 센터의 종사자와 이용자 57명 중 56명이 지난 4월 28일까지 모두 접종을 완료했다. 접종 완료 후 3개월여 만에 돌파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초 확진자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이 확인돼 나머지 확진자들도 모두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돌파 감염이 일어난 부산 기장군 요양병원 관련 확진자는 이날 2명 더 늘었다. 새로 확진된 2명도 돌파 감염 사례다. 이 병원도 지난 6월 28일까지 91%가 접종을 마쳤지만 총 58명이 확진됐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요양시설·병원에서는 집단감염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달에 다시 5건이 늘었고 이달 들어서만 벌써 4건 이상 발생했다.
기존 백신이 델타 변이에는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돌파 감염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기저 질환자는 백신을 맞으면 일반인보다 효과가 빨리 떨어진다. 델타 변이가 계속 확산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돌파 감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말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등 감염 취약 시설의 고위험군 54만여 명부터 백신을 접종했다. 대부분 고령층에 기저 질환이 있고 다음 달부터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난 사람도 차례로 늘게 된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최대한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접종해야 했는데 백신이 제때 수급되지 않아 접종 기간이 늘어졌다”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돌파 감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등 접종을 빨리 시작한 서방국들은 백신 효과가 떨어진 고령층과 면역력 저하자에게 3차 접종(부스터샷)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에선 이미 57만명 이상이 부스터샷을 맞았다. 영국과 미국은 다음 달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할 전망이다. 우리 방역 당국은 여러 차례 “부스터샷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세부 실행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