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치매 환자들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치매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원인이 밝혀졌다. 치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9일 “치매 환자 뇌조직 분석을 통해 치매 위험 인자로 알려진 ‘ApoE4′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병리기전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ApoE는 몸속 지질과 콜레스테롤 운반체다. E2, E3, E4 세 가지 유전형이 있는데, 이중 ApoE4 유전형을 가진 사람에게서 치매 발병 위험이 3~1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유전형이 어떻게 치매를 악화시키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국립보건연구원 조철만 박사팀은 ApoE4가 수명과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FoxO3a를 억제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FoxO3a가 감소하면 세포를 죽여 없애는 주요 원인인 비정상 타우단백질 축적이 유발됐다. 보통 비정상 타우단백질이 생기면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 등으로 재활용한다. 하지만 ApoE4 유전형을 가진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FoxO3a가 매우 감소했고, 기능에 문제가 생긴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능 역시 떨어지면서 인산화된 타우단백질이 계속 축적됐다. 즉, 특정 유전형을 가진 신경세포는 문제가 생긴 세포 내 기관을 스스로 재활용하도록 하는 기능을 떨어트리고, 세포를 죽게 만드는 비정상 단백질이 몸에 쌓이게 만들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립보건연구원 치매뇌은행사업을 통해 수집한 국내 치매 환자 뇌조직을 분석해 나온 결과로, 서울대병원 치매뇌은행과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됐다.
국내 치매 환자 유병률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0.3% 정도로, 환자 수는 약 83만 명으로 추정된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도 증가했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약 75%에 해당할 정도로 가장 많은데, 뇌 속에 비정상 타우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세포가 없어지고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면서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고영호 과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