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적용이 오는 3일 종료됨에 따라 정부는 다음 주부터 적용될 거리 두기 단계를 1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거리 두기 관련 정부 자문 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생방위)는 지난 29일 회의를 열고 정부에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으니 현 조치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단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올 들어 16번째 연장이다.
◇”백신 인센티브 확대해야” 의견 많아
방역 당국은 하루 평균 확진자가 2000명을 훌쩍 넘는 최근 확산세를 고려해 거리 두기 고삐를 풀지 않으면서 11월까지 일상으로 회복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9일 회의에서 “일상 회복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률 목표 달성, 의료 여력 확충, 중증 사망률 관리 등 전제 조건이 달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때까지 확산세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방위 회의에선 ‘백신 인센티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백신 접종 완료자를 사적 모임 인원 수에 포함하지 않는 조치의 경우, 지금은 식당⋅카페⋅가정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회의에선 감염 위험이 낮은 다른 업종에도 이 같은 혜택을 확대하자는 의견과 함께, 대상 업종으로는 체육관 등 실내·외 체육 시설이 주로 거론됐다고 한다. 현재 실내·외 체육 시설에서 사적 모임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오후 6시 이전엔 4명, 오후 6시 이후엔 2명으로 제한되고 있다. 백신 인센티브가 확대되면 오후 6시 이후에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시설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생방위원은 “접종 완료자에 한해선 아예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접종 완료자에게 섣불리 인원 제한을 완전히 풀어주면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고 한다.
결혼식 참석 가능 인원 확대 요구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결혼식에서 음식을 제공하면 최대 49명까지, 음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최대 99명까지 모일 수 있다. 생방위에선 음식 제공 여부와 관계없이 99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과 최대 인원을 99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한 생방위원은 “수도권에서의 결혼식, 돌잔치 모임 인원 제한을 늘려주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접종 완료자는 결혼식, 돌잔치, 공연장 등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4단계에서는 프로야구 등 대다수 스포츠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실외 경기장의 경우 접종 완료자들은 인원 제한 없이 출입을 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위험군 부스터 샷 일정도 앞당겨야”
당국이 생방위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3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새로 발표될 거리 두기 지침에 대해 “추석 이후 방역 상황 악화, 거리 두기 피로감, 위중증률 감소,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 체제 개편 등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60세 이상과 고위험군에 대해 오는 25일부터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생방위에선 “일상 회복을 앞당기려면 10월 말도 늦다. 좀 더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백신 패스(백신 접종 완료자, 코로나 음성 확인서 소지자 등에게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허용하는 제도)를 바로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당국은 아직 검토 중이라며 이번 발표에는 백신 패스 관련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효과 없는 거리 두기 완전 개편해야”
한 생방위원은 “이번 회의의 중점 논의 사항은 백신 인센티브였지, 거리 두기 연장 여부가 아니었다. 당연히 재연장을 통해 일상 회복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3개월 가까이 최고 단계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수도권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 관계자들도 “더 이상 지금의 거리 두기 체계로 확산세를 잡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들 역시 현 체계 거리 두기를 계속 연장하기보다는 방역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무의미한 거리 두기 연장보다는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책은 제외하고 현 상황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는 “방역 인력을 늘려 역학 조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