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았는데도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신규 확진자의 20% 이상이 돌파 감염자다. 특히 70대 이상은 돌파 감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 신규 확진자 중 돌파 감염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9~25일 확진자 1만3280명 중 20.8%인 2768명이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치고 2주가 지난 ‘완전 접종자’로 확인됐다. 전체 확진자 중 돌파 감염 비율은 8월 넷째 주(22~28일) 6.7%에서 9월 들어 8.6%→11.8%→17.1%→20.8%로 매주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접종 완료율이 28.4%에서 45.2%가 돼 1.6배가량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했을 때 돌파 감염 비율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돌파 감염 규모는 6월 116명에서 7월 1180명, 8월 2764명, 9월 6471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추석 연휴 이후 매일 2000명대 확진자가 나오면서 돌파 감염도 덩달아 증가했다.
돌파 감염 증가 현상은 ‘접종 선진국’에서도 비슷하다. 접종 완료율이 83%에 달하는 싱가포르에선 돌파 감염률(전체 완전 접종자 중 돌파 감염자의 비율)이 0.5% 수준까지 올라왔다. 접종률 54% 정도인 한국 돌파 감염률(0.05%)의 10배가량이다. 싱가포르는 최근 일일 확진자가 3000명을 넘고 있다.
돌파 감염 비율이 확연하게 높은 건 고령층이다. 지난달 12~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1308명 중 1025명(78.4%), 80대 확진자 629명 중 466명(74.1%)이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70대의 90.4%, 80대의 80.3%가 이미 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확진자가 나올 경우 돌파 감염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고령층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접종 효과도 젊은 층에 비해 떨어질 확률이 높다. 70~80대는 접종받은 지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항체 수치도 약해졌을 것”이라며 “고령층에 대한 ‘부스터 샷’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접종 백신 중 얀센의 돌파 감염률이 가장 높다. 접종 완료자 10만명당 192.8명꼴로, 화이자(49.3명)·아스트라제네카(49.3명)보다 높다. 1차 접종만으로 접종이 끝나기 때문에 타 백신에 비해 효과가 약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얀센 백신 제조사 존슨앤드존슨은 5일 미 식품의약국(FDA)에 얀센 백신의 부스터 샷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국내 얀센 백신 접종자들도 향후 부스터 샷 접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연구에 따르면 돌파 감염됐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은 두통·콧물·재채기·인후통 순이다. 이 중 재채기는 미접종자가 감염됐을 경우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기 때문에, 연구진은 백신을 맞았는데도 아무 이유 없이 재채기를 반복한다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권한다. 돌파 감염이 중증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건강상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돌파 감염이 되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부스터 샷을 맞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5~6일 당국에 접수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은 7327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총 접종 건수 대비 0.7% 수준으로 누적 신고율(0.44%) 대비 높다. 일선 병원 응급실에선 “무슨 질병이든 ‘백신 접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늘어 정상 진료가 힘들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려 불안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중으로 ‘발열’ ‘접종 부위 통증’ ‘구토나 메스꺼움’ ‘두통 등 통증’ ‘알레르기 반응’ 등 8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신고 항목에 ‘월경 장애’를 신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 측은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이며, 백신 접종과 월경 장애 사이의 인과성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