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출신인 5년 차 정부 중앙 부처 사무관 A씨는 연봉이 6000만원쯤 된다. 여기에 ‘공무원 복지포인트’로 연간 73만원을 챙긴다. 이 복지포인트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세율(15%)을 고려하면 연간 11만원 정도 추가 소득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민간 보험사에 다니는 5년 차 대리 B씨는 연봉이 4100만원. 사내 복지포인트는 한 해 120만원가량이다. 여기서 연간 16만원쯤 세금(소득세·지방소득세)을 떼인다.
같은 복지포인트인데 공무원과 일반 직장인에 대한 과세 기준은 다르다. 법제처가 2006년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줬기 때문이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이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교육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매겼을 경우 최근 5년(2016~2020년) 더 걷을 수 있었던 소득세가 최대 1조196억원(공무원 한계세율 15% 적용), 건강보험료는 4530억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공무원 복지포인트 비과세 문제는 10년 넘게 지적을 받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걷지 않는 건 ‘근대국가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며 “과거 복지포인트에 대해선 소급 적용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발생하는 포인트는 과세하는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보험료 부과해야”
공무원 복지포인트란 공무원 복지 증진을 위해 2005년 처음 마련됐다. 식비나 학원비에서부터 테마파크 이용료까지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복지포인트로 평균 연 200만원을 받는 곳도 적지 않다.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1명당 연평균 77만원, 총 6조7974억원 규모 공무원 복지포인트가 중앙직·지방직과 교육직 공무원에게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실상 매해 77만원가량 소득이 늘어난 셈인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건강보험료도 관련되어 있다. 소득이 늘면 소득 증가분에 따라 건보료가 증가하는데 공무원들은 복지포인트를 소득으로 포함시키기 않기 때문에 건보료가 늘지 않는 구조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미 공단은 공무원을 제외한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 복지포인트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공단은 “행안부·인사혁신처·국세청 등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공무원과 사기업 사이 과세 형평성을 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 “검토만 15년째”
전문가들은 공무원 복지포인트가 과세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세법상에 (공무원 복지포인트가) 비과세라는 규정이 없으면 과세를 하는 게 맞는다”며 “공립학교 교사는 공무원이라고 세금 면제받고 사립학교 교사는 세금을 내는 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과세 당국은 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과세로 전환한다면 과세 형평성과 공무원 급여 증가에 따른 연금 확대 등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로 소득이 늘면, 늘어난 소득분만큼 정부가 같이 부담하는 공무원 연금이 많아진다. 2006년 당시 법제처가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맞춤형 복지비는 소득세 부과 대상인 소득세법에 따른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뒤로 정부는 15년째 “검토 중”이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올 들어 국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소득세법 과세 대상에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명시하는 발의안을 추진했으나 공직 사회 반발 등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평균 보수 수준은 민간 대비 90.5%(2020년 기준)까지 올라왔고, 정년·연금까지 따지면 사실상 처우가 민간을 웃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지포인트’ 비과세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