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17일 0시까지 4033만명, 전 국민의 78.7%가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까지 다 맞은 접종 완료율은 64.6%다. 그러나 아직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성인이 400만명 가까이 남았다. 오는 18일부터는 16~17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대상 접종을 시작한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85%까지 오르면 “마스크도 벗고, 영업 제한도 없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설레고 있다. 백신을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 그리고 우리 앞에 어떤 상황이 남아 있는지 방역 당국과 전문가 의견, 해외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①백신 이상 반응
-백신 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얼마나 되나. 벼락 맞을 확률과 비교한다면.
“지난 16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접종 건수 7168만767건 가운데 중대한 이상 반응은 1만2011건이 신고됐다. 확률로 따지면 약 0.017%에 해당한다. 이 중대한 이상 반응에는 사망과 아나필락시스 의심, 중환자실 입원이나 생명 위중 등이 포함된다. 냉정하게 벼락 맞을 확률보다는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벼락이 31만6679번 쳤는데 이로 인해 사상자가 4명 발생했다. 벼락 맞을 확률이 약 0.0013%였던 것이다. 단순 비교하면 약 13배 높았다.”
-국내에서 백신별로 접종 후 중대한 이상 반응이 얼마나 나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020만5779건(16일 0시 기준) 접종 중 5129건(0.025%)에 대해 중대한 이상 반응이 신고됐다. 화이자는 4059만5145건 중 5579건(0.014%)이 신고됐고, 모더나는 941만1905건 중 944건(0.010%), 얀센은 146만7938건 중 359건(0.024%) 신고됐다. 전체 사망자 1103명 중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가 471명, 화이자가 575명, 모더나가 44명, 얀센이 13명이다.”
-백신 접종 후 월경 장애, 탈모 등 생긴다고 하는데.
“지난 10일 기준 백신 접종 후 ‘부정 출혈’ ‘생리’ 등 1177건의 월경 이상 반응이 신고됐다. 영국에선 1000만 건당 51건이었는데 우리는 좀 더 많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중 접종 후 월경 장애를 이상 반응 신고 항목에 반영할 예정이다. 다만 백신과 월경 장애 사이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없다. 탈모와의 연관성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 백신은 개발 이후 사용된 시간이 짧아 아직 이상 반응과 연관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탓이다.”
②부스터 샷(booster shot·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접종)
-모든 사람이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하나.
“세계적으로 고령층,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모아지고 있다. 부스터 샷은 접종 완료 이후 6개월(180일) 지난 뒤부터 한다. 다만 일반인도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하는지는 아직 의견이 갈린다. 화이자 백신은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나면 항체가 줄어 일반인도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국내에서 부스터 샷은 누가 먼저 맞나.
“우선 의료기관 종사자, 75세 이상 고령층 등부터 부스터 샷 접종을 진행한다. 코로나 치료 병원 종사자 중 화이자 백신을 접종 완료한 6만명은 지난 12일부터 부스터 샷을 맞기 시작했다. 75세 이상 고령층과 노인 시설 입소·종사자 267만명도 오는 25일부터 차례로 받는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종사자 50만명,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 34만명, 노인시설·장애인 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 입소·종사자 12만명도 올해 4분기 부스터 샷 접종 대상자다.”
-나머지 국민에 대한 부스터 샷은 언제 하나.
“지난 5월 27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60~74세 고령층은 접종 완료 6개월이 지나는 내년 2월 초 접종이 예정돼 있다. 60세 미만 일반 국민에 대한 추가 접종 시행 계획은 오는 12월 발표한다. 부스터샷 접종 대상자에게는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되기 전 개별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③소아·청소년 접종
-북유럽에선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모더나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괜찮을까.
“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청소년 모더나 백신 접종을 중단한 건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인 화이자 백신과 비교해 모더나 백신을 맞은 청소년과 청년에게서 심근염·심낭염 발생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해 화이자 백신만 접종한다. 다만 방역 당국은 소아청소년에 대한 접종은 본인과 보호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 기저 질환이 있는 청소년에게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을수록 면역 반응이 강하게 발생하므로 소아·청소년 접종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아이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중증 환자가 될 확률이 정말 낮나.
“국내 소아청소년 코로나 발생률은 10만명당 464.9명(작년 1월~올해 9월)으로 전체 발생률(10만명당 572.8명)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4차 유행 이후 환자 수와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그러나 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난 17일 0시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에 확진된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누적 4만9937명이다. 이중 사망한 경우는 없었고, 현재 재원 중인 전체 위중증 환자 348명 중 소아청소년은 1명이다. 이 때문에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의 이득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으며, 방역 당국도 소아청소년 접종은 자율에 맡겼다.”
-앞서 백신을 맞은 고3에게서는 부작용이 얼마나 나왔나.
“접종을 받은 국내 고3 학생 44만4313명(접종 건수 88만6338건) 중 이상반응 신고건수는 3981건으로 신고율은 0.45%였다. 아나필락시스·심근염·심남염 등 주요 이상 반응 신고가 94건(10만건당 10.6건) 있었다. 이 중 실제 심근염·심낭염으로 확인된 사례가 15건인데, 10건은 입원 치료, 5건은 외래 치료를 통해 모두 회복됐다.”
④임신부 접종
-임신부는 왜 접종받아야 하나.
“임신부는 백신 접종 이득이 부작용 위험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임신하지 않은 가임기 여성 확진자에 비해 임신부 코로나 확진자는 중환자실 입원 위험이 3배, 인공호흡기 사용 위험 2.9배, 사망률은 1.7배 높았다. 국내에선 올해 8월 말까지 코로나에 감염된 임신부 731명 중 15명이 위중증 환자가 되어 임신부 위중증률은 2.05%로, 가임기(20~45세) 여성 위중증률 0.34%보다 6배 높았다. 국내에서는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기저 질환자나 만 35세 이상 고위험 임신부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조산이나 유산 등 위험은 없나.
“미국에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은 5000여 명 임신부를 대상으로 3개월 추적 조사를 한 결과 유산 위험은 12.8%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기존 자연 유산 통계도 유산율이 11~12%다. 유산 위험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 영국 등 18개 국가가 참여한 연구에서 코로나에 확진된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조산 위험은 59%, 저체중아 분만 위험은 5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신 초기에는 다른 시기에 비해 유산 위험이 높기 때문에 12주 미만 초기 임신부라면 산모와 태아 상태를 진찰받은 뒤 접종하는 게 좋다.”
-임신부도 백신 접종 후 해열제 먹어도 되나?
백신 접종 후 열이 난다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를 신속하게 먹는 게 좋다. 임신 초기에 발열은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임신부는) 열을 떨어뜨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에 발열이 있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셔도 된다”고 했다. 해열제를 2~3일 복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⑤돌파 감염과 항체
-백신을 맞았는데 군 부대 단체 감염 같은 일이 왜 일어나나.
“최근 경기도 연천 한 군 부대에서 군인 46명이 집단감염됐다. 이 가운데 총 34명 접종 완료자가 돌파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체가 감소하며 예방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돌파 감염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군 부대처럼 집단생활을 하면서 바이러스가 많은 환경에 확진자와 밀접하게 오랜 시간 노출될수록 감염 위험이 높다. 일부는 백신을 맞아도 처음부터 몸에 항체가 생기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백신을 맞았다면 돌파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화나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파 감염은 어떤 백신 제품에서 많이 일어났나.
“지난 3일 기준 국내 얀센 백신 접종자 중 돌파 감염 발생률이 0.216%로 가장 높았다. 얀센 백신은 1회만 접종해 다른 백신에 비해 예방력이 다소 떨어지는 데다, 30~40대 예비군, 민방위 대원 위주로 접종이 이뤄졌다. 활동력이 왕성한 젊은 층이라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감염원에 더 잘 노출됐다는 설명이다. 얀센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중 돌파 감염 발생률이 0.068%였으며, 이어 화이자 백신 0.043%, 모더나 백신 0.005%였다. 1차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2차에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사람 중 발생률은 0.051%였다.”
-코로나 확진된 다음 완치됐어도 백신 맞아야 하나.
“코로나에 확진된 적이 있어도 예방 접종이 권고된다. 자연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항체가 생겨도 오래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5~6개월 정도까지는 재감염 위험이 크지 않지만, 그 이후에는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변이 바이러스로 그 시기가 더 앞당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확진됐던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확진되지 않았던 사람보다 항체가 더 많이 형성돼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도 있었다.”
-우세종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제일 방어력이 센 백신은?
연구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지만 접종 완료자 기준으로 델타 변이에 대한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는 79~88%,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0~88% 수준으로 나타났다. 모더나 백신은 1차 접종 만으로도 70% 이상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백신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⑥백신 접종과 마스크
-백신 접종 완료자도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나.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는 써야 한다. 백신 접종 완료자도 장시간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될 경우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실외에서도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는 경우와 집회·공연·행사처럼 다중이 모이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길 권고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5월 ‘접종 완료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가 두 달 만에 ‘접종 완료자도 실내에선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도 감염되면 바이러스 퍼트리나.
“백신 접종 완료자도 돌파 감염이 될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 지난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 감염된 백신 접종자도 미접종자 못지않게 코와 목에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⑦기타
-아직 백신 접종을 못 받았는데, 예약 없이 맞을 수 있나.
“지난 11일부터 18세 이상 미접종자는 예약 없이 가까운 병·의원에 가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남은 물량이 있는지 문의한 뒤 방문해 맞으면 된다. 네이버·카카오 등을 이용해 잔여 백신을 예약하고 맞을 수도 있다.”
-독감 백신과 코로나 백신을 같이 접종받아도 되나.
“두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이상 반응이 생기거나 상호 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방역 당국은 밝혔다. 국제 학술지 랜싯에는 ‘18세 이상 679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안전함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되기도 했다. 만약 같은 날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맞는다면, 각각 다른 팔에 접종받아야 한다.”
-해외에서 받은 코로나 백신 접종도 국내에서 인정되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화이자·얀센·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시노팜·시노백 백신을 한 국가에서 권장 횟수만큼 접종받고 2주가 지난 사람은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로 인정된다. 보건소에 방문해 해외 접종 증명 내역과 격리 면제서를 제시하면 국내 예방접종 시스템에 접종 이력이 등록되고 예방접종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휴대폰 전자 예방접종 증명서(COOV) 앱으로도 발급이 가능하다.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도 국내 예방접종 완료자처럼 ‘백신 인센티브’ 적용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