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다고 29일 발표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큰 고통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이 일상 회복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는 수학능력시험(11월 18일)이 끝난 다음 달 22일부터 전면 등교를 실시한다.
하지만 하락세를 보이던 코로나 확진자가 최근 사흘 연속 급증하면서 위드 코로나 출발이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영국은 지난 5월 하루 확진자가 2000명대 수준에서 최근엔 연일 4만명대 중반을 기록 중이다. 싱가포르는 하루 100명 미만에서 지난 27일엔 5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강제 방역’ 대신 실내 마스크 착용 등 개인들의 ‘자율 방역’을 통해 고비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6주(시행 기간 4주·평가 기간 2주)씩 3단계에 거쳐 방역 단계가 완화된다. 1단계에선 유흥 시설(자정까지)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며, 2단계에선 500명 이상 대규모 행사가 허용되고, 3단계에서는 사적 모임 제한이 완전히 풀린다. 1~2단계 시행 중 사적 모임 규모는 ‘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으로 정해졌다. 단 식당과 카페에서는 미접종자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1단계에서 결혼식·돌잔치 등 각종 행사는 식사 제공 여부와 상관없이 미접종자 포함 시 99명, 접종 완료자로만 구성 시 4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2단계부터는 이러한 제한이 사라진다.
‘백신 패스’는 유흥시설·실내체육시설·노래연습장·목욕장업·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 고위험 시설에 적용하되 인원 제한, 샤워실 이용 금지 등 대부분 방역 조치가 해제된다. 다만 시행 초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권 환불 등이 예상되는 실내체육시설에는 2주, 그 외 시설에는 1주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백신 미접종자,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코로나 확진 후 완치자 등은 백신 패스와 상관없이 해당 시설 출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5000명 이상이고, 중환자실 가동률이 75%를 넘어가면 ‘서킷 브레이크’를 발동해 사적 모임과 행사 규모를 제한하고 백신 패스 적용 범위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은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COOV’앱 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발급된 전자증명서로도 가능하다.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29일 오후 4108만여명을 기록해 전국민의 8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주기적 환기’ ‘적극적으로 진단검사 받기’ 등 개개인의 방역 수칙 준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한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방역이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지만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국민 각자가 스스로 건강과 신체를 지켜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 손 씻기만 제대로 하면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크게 감소한다”고 했다.
28일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2124명(지역 발생 2094명·해외 유입 30명)으로 전날(2111명)에 이어 연 이틀 2000명대 이상을 기록했다. 29일도 2000명 안팎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주일 전 상황보다 600~700명 웃도는 규모다. 특히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꽤 지난 고령층과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한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28일 확진자 중 60세 이상은 전체의 24.4%인 518명으로, 사흘 연속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도 27일 역대 최대치(545명)를 기록한 데 이어 28일(509명)에도 500명이 넘었다.
위드 코로나 시행을 하루 앞두고 31일 열리는 ‘핼러윈’이 평소보다 과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태원·홍대 등 번화가에서 열렸던 관련 행사가 전국 아파트 단지, 유치원 등 곳곳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올해 처음으로 놀이터에 호박·풍선으로 장식한 ‘포토존’을 만들고,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주민 이모(37)씨는 “아이들이 그동안 답답했는지 핼러윈 하겠다고 온갖 옷과 장난감 갖추고 다 모였더라”고 했다. 전국 곳곳의 유치원, 학원, 식당·카페, 유흥시설 등도 일제히 ‘핼러윈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소셜미디어에는 핼러윈을 주제로 한 의상과 네일(손톱) 메이크업, 반려동물 액세서리 등 각종 게시물들이 봇물처럼 올라온다. 방역당국은 당초 11월 1일 0시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완화하려 했으나, 핼러윈 여파로 유흥시설이 31일 밤 10시까지 영업한 뒤 두시간 뒤 다시 문을 열 것이 예상되는 등 현장 혼란이 예상됨에 따라 11일 1일 오전 5시부터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학·동창회 등 각종 단체 모임, 여행 등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숙박 예약 앱 ‘여기어때’에 따르면, 올 11~12월 숙박 예약 등 서비스 거래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항체가 떨어져 돌파 감염이 일어나고 있고, 날씨까지 쌀쌀해져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 돼 오히려 더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은 무장 해제 분위기”라며 “올겨울은 코로나 이후 가장 위험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했다.